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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환수는 시기보다 조건이 우선

박종완 기자 | 기사입력 2020/10/20 [19:00]

전작권 환수는 시기보다 조건이 우선

박종완 기자 | 입력 : 2020/10/20 [19:00]
강길모 미디어이슈 고문


전시작전통제권이란 말 그대로 전쟁 시에 군 작전을 통제하는 권한을 말합니다, 6.25때 이승만대통령이 유엔사령관에 작전지휘권을 일시 이양한 이래, 1978년 11월 한미연합사령부가 창설되면서 작전통제권이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위임되었고, 1994년 12월 평시작전통제권만 한국 합참의장에게 이양되었고, 전시작전통제권은 그대로 한미연합사령관에게 귀속되어 있습니다.

 

작전통제권을 환수하려는 시도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기부터 추진되었으며,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작전통제권 환수를 내걸며 본격화됩니다. 이 때 평시작전통제권을 일단 1993년에 환수하고,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서 1995년에 전시작전통제권까지 완전 환수한다는 일정이 합의되었지만, 북한의 핵개발 문제가 본격화되면서 1994년 전쟁위기설이 나오자 1995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한미 간에 합의하게 됩니다.

 

우여곡절을 겪고 있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 2012년 4월 17일 전환으로 합의되었다가, 이명박 정부에서 2015년 12월 1일에 전환키로 연기되었고, 박근혜 정부 들어와 2020년대 중반으로 재차 연기되었습니다. 2017년 9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전시작전통제권을 조기 환수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문대통령 임기 중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여부가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는 대한민국 내부의 남남갈등 기제 중 대표적인 것으로서, 보수우파 진영은 조기 환수 반대론을, 진보좌파 진영은 조기 환수를 주장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국가 안보의 핵심의제마저 이른바 진영논리에 갇혀있다는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태도일까요?

 

첫째, 전시작전통제권 문제를 국가 ‘주권’의 자존심 문제와 직결시키며 ‘감성몰이’에 나서는 태도는 실제 상황에 대한 심각한 왜곡과 과장이라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과거 노무현대통령은 “우리나라는 자기나라 군대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갖지 않은 유일한 나라입니다”라고 얘기하며, 국가주권 차원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이는 표면적으로 맞는 부분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틀린 얘기입니다. 

 

전시 작전통제권이 한미연합사령관인 미군 장성에게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대한민국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의 합의한 공동 지휘(Command)에 의해 이뤄지는 하위 개념의 작전통제(Operational Control) 권한에 불과합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작전통제권을 지휘’하는 체계이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작전통제권이 없다는 얘기는 중대한 사실 왜곡이 됩니다.

 

또 한미연합사령관이 미군장성이라고 하여 작통권이 미군에 있다고 얘기하는 것도 과장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만약 대한민국이 전쟁 수행 과정에서 미국과의 견해차이가 심해진다면, 당장 한국군 병력의 대부분을 한미연합사의 지휘 아래에서 철수시키고 직접 지휘권을 행사하면 그만입니다. 전시 작전통제권은 미군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대등하게 구성된 한미연합사에 있다고 말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라 할 것입니다. 

 

또 우리나라만 전시작전통제권이 다른 나라에 있다는 노무현식 주장도 틀린 얘기입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연합사와 거의 같은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명백한 거짓입니다. 일본은 비슷한 연합방위체제를 강력히 원하고 있지만 아직도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시작전통제권이 한미연합사에 있다는 이유로 대한민국의 군사주권이 없다느니 하는 식의 주장은 한미군사동맹에 불만을 가진 세력들이 상황을 부풀리고 왜곡한 것에 불과합니다. 북한이 왜 시종일관 우리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촉구하고 있을까요? 

 

둘째, 전시작전통제권이 환수되면 곧바로 미군 철수 및 한미연합사 해체와 더불어, 유사시 미군개입의 시기와 규모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과장된 것이 맞습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관련해 그동안 한미 간 진행되어 온 논의의 궤적을 되짚어 보면, 한미동맹의 일시적 해체를 촉발할 정도의 급격한 과정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까지 한미 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의는 주로 ‘환수 시기’에 방점을 두고 진행됩니다. 그러나 2014년 10월 제46차 한·미 안보협(SCM)에서 한미 양국은 “조건에 기초한 전환”을 추진하기로 합의합니다. 전환의 핵심 조건은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전시작전통제권 이후 한국군의 핵심군사능력, ▲북한 핵 · 미사일에 대한 한국군의 필수 대응능력 등이 제시됩니다. 

 

엊그제 열린 제52차 한미안보협(SCM) 공동성명에서, “주한미군 병력의 현 수준을 유지”라는 문구가 빠졌다고 하여 보수우파 진영이 크게 긴장했습니다만, 전시작전통제권의 ‘조건 충족 이후 이양’이라는 미국 측 입장에 근본 변화가 온 것도 아니고, 따라서 곧바로 미군 감축이나 철수 등을 떠올리며 걱정하는 것은 과장된 상황인식이라 할 것입니다.

 

또 한미 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관련하여, 한미연합사를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군 장성이 사령관이 되는 형식의 미래형 한미연합사를 유지하는 것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물론 미군장성이 사령관인 조건보다 미군의 전시동원 양상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곧바로 연합방위의 완전 해체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종전선언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이 이뤄지면 이를 빌미로 한미군사동맹 해체와 미군철수 등을 요구하는 종북세력들의 발호가 예상되지만, 이들은 70년 한미동맹을 흔들기 위해 늘 그래왔던 것이고 대한민국은 그러한 도전에 굴한 바 없었습니다. 이런 우려를 앞세워 환수 논의를 터부시하는 것은 국민적 자긍심에도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전시작통권 환수에 따른 경제적 이해득실 등을 따져볼 때, 아직은 미군사령관 체제의 한미연합사를 유지하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미뤄두는 것이 대한민국에 더 유리하다는 생각은 대체로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DJ정부의 천용택 전 국방장관은 “미군이 전시작통권을 갖고 있을 때 전시 90일 동안 지원키로 약속한 증원군 전력은 돈으로 환산하면 1300조 원어치......작계 5027의 전시 증원 계획에 따라 한반도에 전개할 장비 가격만 2000조원이 훨씬 넘을 것”이라면서, “다른 나라 입장에서는 한미 연합방위체제를 굉장히 부러워한다. 세계적인 모델케이스”라고 주장했습니다.  

 

전시 동원비용과 다른 관점, 우리 국군의 평상시 전력강화비용 측면에서는 한미연합방위체제가 경제적 이익이라는 주장과 자주국방의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익이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미연합방위체제에서 육군위주의 기형적 군사력을 키워온 국군이 핵과 WMD 방어체계 강화 등 대북억지력 확보를 위한 종합적 군사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은 추산하기조차 어려운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왜 하필 지금 전시작통권을 환수해야 하느냐는 조기 환수 반대론자들의 얘기가 가장 설득력 있게 들리는 대목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국가적 자존심 등 감성적인 정치논리로 접근해서는 우리가 지불해야 할 비용이 더 엄청나다는 얘기입니다. 미국이 아무리 주한미군 유지비용을 올려달라고 하더라도 수지계산을 따져보면 그것이 유리하다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관련하여 따져볼 요소는 너무 많습니다. 특히 한미 양국 집권세력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전시작전통제권 문제는 요동쳐 왔습니다. 과거 오바마정권은 우리에게 빨리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져가라는 입장이었고, 우리도 역대 보수정권에서 오히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이었다는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52차 한미안보협(SCM)에서, 미국 측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며 주한미군 유지 문제를 명시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지만, 미국 측이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이양에 소극적으로 돌아 선 진짜 배경에는 중국에 대해 애매한 입장을 가진 우리나라를 믿지 못해서 당분간 미군주도의 연합방위체제 유지를 선호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현 시점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한 입장을 객관적으로 정리해본다면, ‘주권론’의 시각에서 이 문제에 접근하는 태도는 일단 ‘핵심을 벗어난 정치논리’로 규정하는 것이 올바르다는 것입니다. 안보문제에 지나친 정치논리가 개입되는 것이 좌우 진영의 골수가 아닌 정상적 대한민국 국민 입장에서는 지극히 경계해야 문제라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곧바로 한미군사동맹의 심각한 균열로 직결된다는 우려도 지나치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한미 양국이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균형감 있게 환수 논의를 진행한다면, 시대적 변화에 맞게 동맹의 상호이익을 견지하면서, 동시에 대한민국 국군의 전력을 극대화시켜갈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경제적 이해득실 측면에서는, 한미군사동맹에 우리의 안보를 분담시키고 의지하려는 태도가 자존심에 일부 상처를 준다 하더라도, 민생 우선의 재정운용을 생각한다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최대한 유보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할 것입니다. 

 

마이클 그린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예전 한 국내 언론 기고에서 “한국 정치인들은 환수에 필요한 국방력 강화에 돈을 대는 것을 꺼려 한다는 것이 많은 미국 사람의 시각이다”라면서, “한국은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을 넘기고 다른 이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교한 대안을 제시해야 하며, 그것이 워싱턴을 향한 ‘신뢰의 정치’”라고 촉구한 바 있었습니다.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와 관련하여, 문재인정부에 바라는 점은 ‘시기’가 아닌 ‘조건’에 의한 환수라는 한미 간의 기존 합의를 존중하라는 것과, 북한권력과 중국에 경도된 태도로 한미동맹을 가볍게 여긴다는 의심의 빌미를 동맹국에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친북, 친중주의적 편향성이나 ‘업적주의’의 유혹 등에 결코 굴하지 않고, 오로지 대한민국 국익을 위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진정성이 문제의 핵심이며, 그것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한미 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의가, 시대변화에 따른 한미동맹의 새로운 출발을 기약하면서 동시에 대한민국 국군의 확고한 대북억지력 확보, 강화의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이 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와 한미 동맹국간의 신뢰, 두 가지 요소가 핵심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52차 SCM에서 보여준 한미 간의 엇박자, ‘임기 내’를 강조하는 업적주의적 징후, 종전선언에의 집착과 서해안 공무원 피살사건 대응, 그리고 동맹관계에 대한 주미대사의 경솔한 발언 등에 이르기까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의에 나서는 이 정부의 자세에 과연 국민적 신뢰를 보낼 틈이 있는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믿음보다는 걱정이 앞서게 되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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