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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성공 조건은? "대국민 소통을 위한 솔직함"

"언제나 국민 앞에서 철저하게 솔직함으로 무장해야"

박종완 기자 | 기사입력 2022/03/19 [10:26]

윤석열 정부의 성공 조건은? "대국민 소통을 위한 솔직함"

"언제나 국민 앞에서 철저하게 솔직함으로 무장해야"

박종완 기자 | 입력 : 2022/03/19 [10:26]

▲ 강길모 미디어이슈 고문     

 

[강길모 미디어이슈 고문] 초박빙 승부로 국민을 흥분시켰던 20대 대선이 마무리된 것이 벌써 2주 차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국민이 키운 후보 윤석열’이 최종적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았고, 당선인은 “오로지 국민만 바라볼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당선 일주일 만에 출범시킨 ‘인수위’에서도, 당선인은 국정의 목표가 ‘국민통합’에 있으며, 모든 국정과제의 기준은 ‘국익과 국민’이라고 못박았습니다. 국민통합과 국익, 국민을 기준으로 한다는 윤 당선인의 첫 번째 국정과제가 인수위 구성과 ‘청와대 탈출’로 출발하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 얘기입니다만, 이번 20대 대선결과의 정치적 의미를 놓고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많은 얘기들이 한결같이 동의하고 강조하는 대목은 ‘이제는 협치의 시대’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선자는 있지만 누구도 승리하지 못한 선거’, ‘0.73% 차이는 일방통행의 부정’ ‘다원민주주의 국가론에 대한 시대정신의 발현’ 등, 이번 대선에서 우리 국민들은 절묘한 균형을 선택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박빙의 승리를 거뒀다고 하지만, 승자독식의 민주주의 선거에서 그 의미를 애써 평가절하하는 것은 잘못된 태도입니다. 5대 대선에서 박정희 후보는 윤보선 후보에게 불과 15만표 차이로 승리했고, 15대 대선에서 DJP 단일화는 물론 막강한 제3후보의 가세에도 불구하고 김대중후보가 이회창 후보에 불과 39만표 차이로 승리한 바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와 거대 여당의 일방주의에 등을 돌린 민심이 또 다른 일방통행식 권력을 원하지 않았으리란 것은 불문가지입니다. 20대 대선 결과를 놓고, ‘국민통합과 협치의 시대’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해석하고 전망하는 것은, 그래서 매우 합리적인 추론이며 정확한 분석입니다.

 

이번 대선 결과와 윤석열 당선자의 계속된 발언 등을 종합하면, 드디어 대한민국에서 ‘국민중심의 정치’가 꽃피우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에 충분한 듯합니다. 자칭 ‘국민이 키우고, 국민이 불러낸 후보’가 당선되었고, 당선되자마자 외친 것도 ‘국민중심론’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정치사에서 ‘국민중심론’은 언제나 핵심적 화두였습니다만, 실제로 ‘국민’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국민중심론’을 레토릭 수준에서 현실정치적 실천강령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 정치학자의 대표주자를 꼽으라면, 이원종 박사(1939~2021)가 단연 돋보입니다. 

 

“잘난 국민과 못난 정치지도자들”이라는 부제가 딸린, “국민이 만든 대한민국”이라는 이원종 박사의 저서는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설파된 ‘국민중심론’의 백미에 해당한다 할 것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들 양 진영 간의 극한적인 투쟁과 대립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지도자와 국민이 때로는 생각이 달라 서로 격렬하게 다투고 투쟁하면서도, 결국은 대한민국이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서로 협력하여 하나가 되는 통합된 국민역량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원종 박사의 이러한 주장은 얼핏 민중주의 역사관에 의한 대한민국 역사 해석으로 오해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접근이 다르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박사는 ‘대한민국 국민의 정체성’을 추적하면서, 역대 선거결과에 대한 실천적 분석을 핵심적 근거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치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뜯어볼수록 그 안에서 용틀임하고 있는 ‘국민의 에너지’와 ‘국민의 통찰력’, 그리고 ‘국민의 지혜’에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역대 주요 선거결과를 분석해보면 대한민국 국민이 마치 서로 의논하여 결정한 것처럼, 모든 선거결과에 시대적 통찰력과 메시지가 선명하게 관철되어 있다.”

 

이 박사가 주장하는 국민중심론의 핵심은, “역사의 고비마다 늘 ‘국민의 선택’이 있었고, 그 선택의 결과가 지금의 대한민국”이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한국의 정치가 후진성을 극복하지 못하는 것은 정치인들이 우리 국민의 ‘위대성’을 간과하거나 경시하고 있기 때문이며, 정치인들이 말로는 국민을 떠받든다고 하면서도 그들 스스로 국민을 믿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국민을 이용하려 하는 데서 한국정치의 비극이 시작된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 박사는 우리 정치가 제대로 된 길을 가려면, 법과 질서라는 물리력에 의존하거나 국민의 환심을 사려는 포퓰리즘적 리더십에서 벗어나, 진심으로 ‘국민의 위대성’을 확신하는 지도자가 절실하다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당선인이 줄곧 ‘국민’을 입에 달고 사는 듯한 모습은, 그래서 더욱 ‘국민 중심, 국민 통합의 정치’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갖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중심론’의 결정적 맹점은 각론에 숨어있습니다. ‘국민의 위대성’에 대한 신뢰의 표현이 자칫 ‘대중 추수주의’로 전락하거나, 국민의 뜻에 대한 아전인수와 독선으로 흐를 위험성이 다분하기 때문입니다. 

 

‘국민통합’이라는 슬로건도 일견 그럴듯한 얘기지만, 그 속내를 깊이 따져보면 합리적 조화와 화합을 추구하기보다는 ‘폭력적 획일주의’로 변질될 위험성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민중심의 정치’도, ‘국민통합’도 말은 쉽지만 현실정치적으로 그것을 실현하는 것은 매우 지난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 신(神)도 악마도 디테일에 있다는 격언은 ‘국민중심론’ ‘국민통합론’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대목입니다.

 

20대 대통령 윤석열이 ‘국민중심론’에 딛고 서서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해 첫 번째 갖춰야 할 조건은 ‘국민의 위대성’에 대한 확신입니다. 늘 입에 담던 막연한 의미의 ‘국민’이 아니라, 오늘날 대한민국의 역사를 개척하고 꽃피운 주역으로서 ‘국민의 통찰력과 지혜’를 확신해야 합니다. 특히 대중추수적 포퓰리즘을 경계하면서, 시대정신에 부합되는 일이라면 우리 국민들이 어떠한 수준의 ‘고통분담’이라도 기꺼이 감수한다는 것을 절대적으로 믿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 가져야 할 두 번째 덕목은 디테일에 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국정과제를 국민의 뜻에 우선한다고 했는데, 도대체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주요 국책과제를 시행할 때마다 대국민 여론조사에 의지해야 할까요?

 

대한민국의 역사에 대한 해석을 놓고 갈라진 국민들, 대북정책과 외교안보 분야에서 특히 대비되는 국민들의 관점을 멋지게 일통할 수 있는 구체적 프로세스는 준비되어 있나요? 구체적  경제정책 방향 등에서는 어느 정도 국민적 합의의 근사치를 구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적어도 역사해석과 외교안보 분야에서 5년 임기 내 하나되는 대한민국을 실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정답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 역시 ‘국민중심 정치’ 또는 ‘국민통합의 정치’에서 역대 정권들처럼 또  다시 허언증 환자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되는 것이 숙명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적어도 20대 대통령 윤석열은 국민통합을 위해 최소한의 성과와 업적을 이룩했다고 평가될 수 있는 여지가 지금은 얼마든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위대성에 대한 확신, 디테일에 강한 정책능력과 더불어 윤석열 정부가 국민중심의 정치, 국민통합의 정치를 성공시키기 위해 갖춰야 할 가장 큰 덕목은 ‘솔직함’입니다. 정직이 최선, 최강의 국정능력입니다. 우리 위대한 국민은 정치인들의 현란한 정치쇼나 위선에 속지 않는다는 각성을 기반으로, 매사 국민 앞에 솔직하고 정직하면 우리 국민은 언제나 확고한 신뢰를 보내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점을 확신하고, 믿고 또 믿어야 합니다. 

 

역대 정권들의 최대 잘못이 ‘소통의 부재’, 즉 국민과의 ‘불통’에 있었다는 지적은 언제나 올바른 금과옥조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나 불통의 원인이 ‘구중궁궐 청와대’에 있다거나, 대통령의 기자회견 횟수가 적다거나, 여론 수렴에 게을렀다는 지적들은 지엽적으론 맞지만 근본적으론 틀린 말입니다. 불통의 근본 원인은 ‘솔직하지 못함’에 있습니다. 남들에게 엄격하고 자신에겐 한없이 너그러운 ‘내로남불’도 정직함의 부재에서 비롯됩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당 대표 경선에 나섰을 때, 스스로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을 자신에 대한 세인들의 관점으로 설명한 바 있습니다만, 윤석열 정부를 선택했든 반대했든 대다수 국민들 역시 윤석열 정부의 미래에 대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을 거두지 않는 듯합니다.

 

대통령에 정식으로 취임한 것도 아니고, 이제 당선인 신분으로 2주 차에 접어든 ‘윤석열 정부’의 미래를 섣불리 예단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러나 ‘떡잎’부터 알아볼 수 있는 계기는 이미 드러나고 있습니다. 인수위 구성문제도 있습니다만, 청와대 용도 폐기와 새로운 대통령 집무실, 관저를 둘러싼 논란이 그의 미래를 점쳐볼 중대한 계기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청와대 문제가 졸속 추진되는 것은 문제라며, ‘소통을 위한 청와대 이전’보다 ‘청와대 이전을 위한 소통’이 더 중요해졌다고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청와대 폐기와 새로운 대통령실 마련작업이 인수위 몇십일에, 그것도 ‘봄꽃이 지기 전에’ 해치운다는 발상은 일견 추진력있는 리더십, 약속을 지키는 리더십을 과시하는 이벤트로는 부족함이 없는 듯합니다. 

 

그러나 국민과 국익을 최우선한다는 새 정부가, 급박한 코로나 대처와 과학기술 혁명의 소용돌이, 미중 갈등과 불안한 국제정세 등 굵직한 국정과제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청와대 존폐 문제를 국정의 우선 순위에 배치한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입니다. 촛불 권력, 광화문 권력을 자부하던 문재인 정부조차 왜 호언장담했던 청와대 이전 문제에 두 손 들었는지, 그 과정을 얼마나 세심하게 분석하고 일을 추진하고 있는 것인지, 점령군이 아니라고 하면서 국방부 점령(?)에 무소불위의 ‘위력’을 과시하는 것이 과연 국민중심의 정치인지 의문입니다.

 

그러나 윤석열 당선자에게 ‘국민통합의 리더십’을 과시할 기회는 청와대 문제에도 여전히 상존합니다. 국민들이 청와대 이전에 목을 매고 있는 것도 아니요, 청와대 이전 공약이란 것이 국민과의 쌍방계약이 아닌 일방적 약속에 불과한 것일진대, 이미 뱉은 말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국민과 국익’의 관점에서 치밀하게 접근하고 그 결과를 솔직하게 국민과 나눈다면, 청와대가 산으로 가든 강으로 가든, 낙엽지고 눈이 쌓일 때까지 청와대 문제의 결론이 유보된다 해도 20대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모쪼록 새롭게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위대성에 대한 깊은 통찰과 믿음, 디테일에서 돋보이는 국정 능력, 그리고 언제나 국민 앞에 솔직함으로 철저하게 무장함으로써,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을 일소하면서, 최초의 성공한 국민통합 정부로 힘차게 전진할 수 있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심정으로 간절히 빌고 또 빌어보는 오늘입니다. 

 

 

 

박종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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