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공천 개입' 육성 공개는 결국 예상된 일이다. 김건희 여사의 발언이 먼저 나오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현직 대통령의 '공천 개입'은 명백한 법 위반이며, 윤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할 당시 만들어낸 판례를 통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제 윤 대통령은 자신의 과거를 직시하고 책임을 져야 할 때가 왔다.
윤 대통령의 육성 녹음에서 특히 흥미로운 점은 실질적인 권력의 중심이 누구인지 명확해졌다는 사실이다.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대통령이 최정상의 위치에 있어야 하지만, 현재 우리 정치의 구조는 그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김건희 여사는 2022년 5월 2일, 재보궐 공천 발표 8일 전 '선물'이라며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 사실을 알려주었다. 윤 대통령이 “김영선이 (공천) 좀 해줘라”라고 한 발언은 그보다 일주일 뒤에 나왔다. 이로써 김 여사는 공천을 기정사실화하고, 윤 대통령은 이를 이행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여사가 권력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고, 윤 대통령이 이를 따르는 구조가 드러난 것이다.
또한, 'V1'과 'V0'라는 용어가 녹취록을 통해 구체화되면서, 김 여사가 여론 조사와 관련하여도 깊숙이 개입했음을 보여준다. 김 여사가 서울시장 선거 판세를 확인하기 위해 비공식 여론조사를 요청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모든 선거 과정에서 김 여사가 여론조사를 기획하고 관리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특히 창원 국가산단 선정 과정에서도 김 여사의 개입이 의심된다. 김 여사가 강혜경씨에게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것이 2022년 11월이며, 윤 대통령이 그 내용을 공식 발표한 것은 그 뒤 4개월이 지나서다. 이 모든 정황이 김 여사가 국정과 당무, 이권 등 모든 분야를 주도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공천이나 여론조사에서 김 여사가 결정하고 윤 대통령이 따르는 구조는 권력의 상하관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김 여사의 권력욕은 대선 과정에서 “내가 정권을 잡으면”이라는 발언에서 이미 드러났다. 당시에는 단순한 후보자의 배우자의 자신감으로 여겼지만, 지금 돌아보면 현재의 정치적 혼란을 예고하는 발언이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선거는 패밀리 비즈니스"라고 했고, "대선 승리의 숨은 일등공신은 내 와이프"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이러한 발언들은 대통령 배우자에게 권력을 나누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는 김 여사가 권력을 공유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현재 상황은 대통령과 그 배우자 모두 탄핵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심각한 법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두 사람은 그동안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명확한 답변을 제시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검찰 시절, 공천 개입에 대해 엄격히 수사했던 인물로서, 이제는 그 법적 원칙이 자신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이 사건은 단순히 권력 남용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공적 윤리와 법치주의에 대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더 나아가 한국 정치의 권력 구조와 대통령 배우자의 역할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윤 대통령 부부가 스스로의 행동을 반성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할 때이다. 이들은 과연 어떻게 이 중대한 사태에 책임을 질 것인지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이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