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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현상’의 미래는 꼰대들의 몫

박종완 기자 | 기사입력 2021/06/14 [23:13]

‘이준석 현상’의 미래는 꼰대들의 몫

박종완 기자 | 입력 : 2021/06/14 [23:13]

▲ 강길모미디어이슈고문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출현과 함께, 정치권의 50대 이상은 모두가 ‘꼰대’로 내몰리고 있는  느낌입니다. 아무리 이준석보다 훨씬 젊은 기상과 패기가 넘치는 기개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오로지 나이를 기준으로 한 ‘꼰대 사냥’을 피하기는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그동안 우리 정치권이, 특히 보수정당이 얼마나 변화에 게으르고 둔감했으면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을까요. 보수정당의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설 때마다 ‘뼈를 깎는 심정으로 개혁하겠다’며 환골탈태를 외쳤건만, 환골탈태는커녕 화장발조차 제대로 고치지 못했으니 ‘이준석 돌풍’이 거세게 불어 닥친 것이야말로 오히려 ‘이변’이 아닌 ‘순리’라고 해야 할 듯합니다.

 

이준석 현상은, 40대 기수론을 내걸고 정치권 세대교체를 주도했던 과거의 YS를 소환시키기도 하고,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젊은 리더’들을 상기시키고도 있습니다. 과거의 사례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분명한 사실’은, 확실히 리더의 나이가 파격적으로 젊어지는 것만큼 ‘변화의 폭과 깊이’가 실감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비록 나이는 많지만 정신은 젊다’라는 꼰대들의 항변이 실천을 통해 입증되는 경우가 지극히 드물다는 것을 돌이켜보면, 무조건 나이가 젊어야 생각도 젊다는 것을 우선적으로 인정해야 옳습니다. 이준석 현상에 대해 정치권을 비롯한 이 나라의 모든 꼰대들이 그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젊은 생각’이 무조건 이 사회의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젊은 생각’이 시대정신과 동떨어진 경우라면 처참한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습니다. ‘젊은 생각’은 그래서 못마땅하더라도 ‘꼰대의 생각’에 의해 보정되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길이 될 수 있습니다.

 

보수정치의 본질적 특징은 ‘계승과 혁신’에 있다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보수정치는 과거의 가치 있는 전통을 계승하는 것에서 출발하고, 그 계승의 바탕에서 시대정신에 부합될 혁신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형식적으로는 국민의힘이 신생정당이지만, 근대 대한민국 보수정당의 뿌리가 분명한 보수정당임을 결코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준석 현상을 동반한 국민의힘 정당이 ‘계승’을 부정하고 ‘혁신’만 쫒아가서는 그 한계가 머지않아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워낙 부채가 많은 집안이다 보니, 상속포기 각서를 쓰고 호적을 새로 만들겠다면 굳이 말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준석의 등장으로 대한민국에서 보수정당이 완전히 소멸되고, 좌우 중간쯤 어디에 신생정당이 출범한 것과 같아진다면,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을 위해 결코 바람직한 일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국민의힘 당원들이 나경원후보에게 더 많은 지지를 보낸 것을 두고, 이준석 본인도 자신에 대한 ‘불안한 시선’이라고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불안감의 실체가 무엇인지부터 정확하게 깨닫는 것이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의 일차적 과제가 될 것입니다. 

 

국민의힘 당원들은 정권교체를 위해 과거의 찌꺼기들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원하지만, 그렇다고 과거의 자랑스러운 유산이나, 대한민국의 오늘과 내일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보수정당으로서의 원칙과 철학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얘기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젊은 리더들 중에서 성공한 경우는, 보수당이나 노동당이나 “계승과 혁신”의 원칙을 충실하게 지킨 경우였고, 반대로 실패한 경우는 “계승과 혁신”의 두 요소 중에서 한 쪽에만 치우친 경우였습니다. 시대정신을 외면하고 혁신보다는 ‘수구’로 역주행 했다가 참담하게 실패했던 영국 노동당 에드 밀리밴드(1969년생, 2010~2015년 노동당 당수, 노동당 역대 최연소)가 그러했고, 계승과 혁신의 모범을 통해 성공시대를 구가했던 보수당의 데이빗 캐머런(1966년생, 2005년 당대표, 2010년~2016년 총리 재임)이 대표적입니다.   

 

따지고 보면, 국민의힘의 신주류라고 할 수 있는 ‘복당파’들은 책임정치를 실종시켰던 전과(前科)를 가지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국면에서 탄핵에 찬성했든 반대했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려 했다면 당을 떠나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도저히 당을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당을 떠났다면 그만이지 다시 돌아오는 것은, 경위가 무엇이든 한 때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철새행각으로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국민들이 믿음을 배신한 못된 정당을 혼내주고 싶은데, 이리 저리 꽁무니를 빼고 달아나버리고 그래서 그 정당에 묵묵히 욕을 감수하는 사람들이 몇 남지 않았다면, 그게 무슨 책임정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속이라도 시원하게 욕을 해주고 싶은 국민들을 ‘닭 쫒다 지붕 쳐다보는’ 처지로 만든 것은 이유가 무엇이든 심히 괘씸한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힘 복당파들은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를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바로 그런 이유로 복당파에 속한 파격적 젊은 리더에게 혁신은 기대할 수 있다지만, “계승”의 측면에서는 전통적 신념이나 철학을 견지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앞서게 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대표의 첫 행보들입니다. 국립현충원보다 대전현충원으로 가서 천안함 희생자 유족들을 먼저 만나거나, 북한에 대해 ‘흡수통일론’과 비타협적 원칙론을 제기한 것 등은 이 젊은 리더의 정체성에서 적어도 안보철학에서는 ‘보수정치인’이라는 것을 강하게 시사했다는 점입니다.

 

지켜야 할 우선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광주로 날아간 것도 제법입니다. ‘따르릉’ 타고 출근하는 모양새도 기성 정치인들의 ‘쑈’보다는 긍정적 시선으로 보게 됩니다. 첫 출발은 일단 ‘불안’을 넘어 거칠 것이 없는 당당함과 속도감을 과시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준석 대표의 초기 행보에 대한 반응입니다. 만약 국민의힘 중진이 신임 대표가 되어 똑같이 처신했다면, 좌파세력을 중심으로 ‘도로 한국당’이니, ‘수구, 냉전 보수’니 하면서 벌떼처럼 일어났을 텐데,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는 것입니다. 같은 메시지 (message)라도 메신저((messenger)가 다르면, 그 반향이 달라진다는 것을 분명히 입증하고 있는 셈이며, 이것은 국민의힘 당원들의 ‘전략적 선택’이 옳았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적어도 첫 걸음만큼은 정권교체를 위해 ‘전략적 선택’으로 이준석 대표를 밀어줬던 보수 유권자들이 실망할 이유가 없는 듯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젊은 보수리더의 힘으로 작금의 포퓰리즘 경쟁에 찬물을 끼얹으며, 젊은 세대는 물론 미래세대까지 착취하는 기성세대의 ‘퍼주기’ 경쟁을 막아낼 수 있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그보다 더 바람직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기본소득이든 안심소득이든 그 자체가 포퓰리즘으로 매도될 이유는 없습니다. 오로지 얼마나 세밀하고 촘촘하게 설계할 것인지, 그래서 재정측면에서 얼마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인지, 구호보다는 디테일에서 승부가 갈릴 것입니다. 

 

아울러 임금소득과 자본소득의 격차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벌어진 오늘날의 현실에서, ‘젊은 보수리더’가 이 나라의 젊은이들에게 과연 ‘공정과 경쟁’의 구호를 넘어, 새로운 시대의  디테일한 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 참으로 지난한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여기에서 바로 국민의힘 ‘꼰대’들의 분발이 요구됩니다. 고려장을 두려워하며 수수방관할 것이 아니라, 꼰대들의 경륜과 지혜가 젊은 리더의 보양식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보수정당의 유산에 아무리 부채가 많다고 하더라도, 족보까지 태워버리지 않도록 꼰대들이 버텨야 할 곳에서는 버텨줘야 젊은 리더가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보수의 실패는 정치철학의 실패가 아니라 정치인들의 실패였고, 그래서 보수 꼰대들은 특히 젊은 리더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꼰대들의 분투가 젊은 리더의 성공에 필요충분조건이라는 것을 새삼 각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은 대표 경선과정에서 “정치는 (잔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고 얘기했었습니다. ‘좋은 정치’의 핵심을 담은 참 ‘좋은 말’입니다. 

 

나경원 전 의원은 물론 모든 보수 꼰대들이 이 좋은 말을 ‘가슴 뜨겁게’ 실천할 수 있다면, 보수의 젊은 리더가 비록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하더라도, 얼마든지 토니 블레어나 캐머런의 성공신화를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면서, 더불어 이 나라 모든 꼰대들의 뉴노멀(New normal) 시대를 겨냥한 도전과 건투를 소망하는 오늘입니다.  

박종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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