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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왕자와 거지’ 이야기

글로벌 백신전쟁과 대한민국의 미래..."백신후진국 전락은 환장할 노릇"

박종완 기자 | 기사입력 2021/04/13 [23:01]

코로나 백신 ‘왕자와 거지’ 이야기

글로벌 백신전쟁과 대한민국의 미래..."백신후진국 전락은 환장할 노릇"

박종완 기자 | 입력 : 2021/04/13 [23:01]

▲ 강길모 미디어이슈 고문     

 

K 방역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던 방역선진국 대한민국이 돌연, 100위권 이하의 백신후진국으로 전락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환장할 노릇입니다. 

 

작년 12월 29일, 백신 확보에 실기했다는 국민적 우려가 높아가는 가운데 청와대대변인이 국민들에게 희소식을 전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모더나사의 스테판 반셀 CEO와 어젯밤 27분여 동안의 통화에서, 2천만 명이 접종받을 수 있는 백신을 추가 공급하고, 당초 내년 3분기 공급 예정이었으나 2분기로 앞당기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대통령의 맹활약으로 2천만 명분이 추가되어 총 5600만 명분의 백신이 확보되었으니 걱정 말라는 얘기였습니다. 백신이 넉넉하게 확보되었다니 국민들로선 ‘집단면역’의 희망도 어렵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러나 2분기가 시작된 오늘까지도 모더나 백신은 사용승인조차 되지 않았고, 아무도 도입 일정을 모른다고 합니다. 

 

현재 백신강국들은 순차적으로 일상의 회복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인구의 절반이상이 2회차 접종까지 마친 상황에서, 실외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했으며 대부분의 상업시설, 공공시설이 정상 운영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석 달 내에 75% 접종으로 집단면역 기준을 돌파할 예정입니다. 영국은 올 휴가철 이전부터 해외여행을 재개할 태세를 갖췄고,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도 접종률 10%선을 넘겼습니다. 

 

대한민국은 현재 간신히 2% 초반의 접종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백신 102번째 접종국인 데, 이는 OECD 회원국 중 꼴찌라고 합니다. 백신접종을 시작한지 50여 일이 되고 있는데, 동일 기간 접종률에서 아프리카 극빈국가보다 뒤진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현재 접종률이 낮은 이유는 오로지 정부가 제때 넉넉한 물량을 들여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접종을 시작했던 AZ 백신은 부작용 때문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접종을 중단했다가 다시 시작하면서 30세 미만은 접종하지 않기로 했다는데, 그 이유를 제대로 아는 국민도 별로 없습니다. 30세 이하의 경우, 백신 접종에 따른 위험성이 코로나 위험성보다 높다는 것이 이유라고 합니다. 백신의 위험성을 인정한 것에서 출발하는 궁여지책이라는 것이고, 결국 30세 이상은 백신으로 죽나 코로나로 죽나 비슷하니 일단 백신을 맞고 보라는 얘기와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백신선진국에선 AZ 백신으로 1차 접종을 한 경우에도 화이자 등 다른 백신으로 교차 접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데, 우리는 AZ 백신도 모자란 마당에 대체 백신이 있을 턱이 없으니 그저 딴 나라 얘기일 뿐입니다. 당초 화이자가 백신을 더 많이 구입하면 공급시기도 앞당길 수 있다고 제안했는데 이를 우리 정부가 거절했다는 얘기는 거의 코미디 수준입니다. 

 

“우리나라는 백신 수급의 불확실성을 현저하게 낮추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

 

이는 12일 문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현재 백신접종률이 세계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에서, ‘백신 수급의 불확실성을 현저하게 낮추고 있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도대체 뭘 그렇게 자신 있어 하신다는 것인지 참 어이가 없습니다.

 

보도에 의하면, 블룸버그는 한국이 현재의 접종 속도라면 집단면역을 달성하는데 6년 4개월이 걸릴 것으로 관측했다고 합니다. 반면 이스라엘·영국·미국·몰디브·세르비아 등은 연내 집단면역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고, 아시아에선 싱가포르가 연내 집단면역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매년 10월 한 달간 1000만 명에게 독감 백신 접종을 해왔으며, 이런 의료 역량으로 코로나 백신만 충분하다면, 하루 30만회 정도는 놓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한 달이면 천만 명이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하루 평균 백신 접종 횟수가 3만 2525회로. 미국(320만회), 중국(390만회), 인도(420만회) 등과 비교조차 되지 않고, 아르헨티나(16만회), 폴란드(15만회)보다도 횟수가 적다고 합니다. 

 

백신 접종률이 현격하게 떨어지고, 접종 속도도 형편없이 느린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작년 말 5600만 명분의 백신을 확보했다고 자랑했던 그 실상이 허구요, 거짓이었다는 얘기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착하고 착한 국민들의 참담한 희생과 협력으로 이뤄진 K-방역의 성과를 엉뚱하게 자신들의 지도력으로 이룬 것인 양 생색을 내기 바빴을 뿐, 정작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가장 확실한 무기인 백신 확보에 실패함으로써 ‘백신후진국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었으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이 백신후진국으로 전락한 모든 책임은, 명백하게 백신문제에 대해 오판을 거듭한 문재인정부에 있습니다. 어떤 변명도 용납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코로나 방역 초기 단계부터 전문가들의 의견보다는 정치논리를 우선시했던 이 정부에 대해, 이제 와서 백신확보 실패를 비난하고 공격하는 것은 ‘쇠귀에 경읽기’ 만큼이나 무익한 일일 것입니다. ‘글로벌 백신전쟁’ 시대에 접어든 지금, 당장의 시시비비를 떠나 정작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시급하게 고민해야 할 과제가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향후 글로벌 백신전쟁의 승자가 정치 경제 등 모든 영역에서도 승자가 될 것이라고 얘기되고 있습니다. ‘백신 주권’의 확보가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백신 주권’이 ‘안보 주권’ ‘식량 주권’의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파라과이에 대해, 대만과의 단교를 전제로 코로나 백신 제공을 제안했다는 얘기는 백신주권과 관련해 시사 해주는 바가 큽니다. 아무리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임을 자랑해도 백신전쟁에서 뒤처지면 국가적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고. 지금과 같은 ‘백신 거지’ 신세로는 더 이상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으로 이어질 것이고, 변이 바이러스도 계속해서 출현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습니다. WHO는 집단면역을 형성해도 매년 코로나19 유행이 반복될 수 있다고 각국 보건당국에 경고하고 있으며, 백신의 항체 지속기간도 아직 확실치 않기 때문에 매년 맞아야 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당장 필요한 코로나 백신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이 난리를 치르고 있지만, ‘글로벌 백신전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나 다름없습니다. 백신선진국들이 ‘변이 바이러스’ 등을 겨냥한 2세대 백신확보전쟁에 벌써부터 뛰어들고 있다는데, 우리는 1세대 백신조차 ‘수급의 불확실성’을 고민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글로벌 백신전쟁의 요체는 한마디로 ‘쩐의 전쟁’이라고 합니다. 미국 정부는 이번 코로나 19 백신개발에 100억 달러라는 거금을 조건 없이 선제적으로 뿌렸고, 지구촌의 거대제약사들이 발 빠르게 코로나백신 개발에 나선 것도 ‘빌게이츠  펀드’ 등으로 수조원대의 자금이 이미 확보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모더나 백신 개발에 참여한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27개 연구소를 중심으로 기초의학을 연구하는데 연간 예산이 33조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백신후진국인 이유로 ‘원천기술 부재’ 및 ‘투입예산 부족’을 꼽고 있습니다. 원천기술이야 단 시일 내에 끌어올리기 어렵다지만, 투입 예산 측면에서 경제대국 대한민국이 후진국으로 전락한다는 것은 하다못해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문재인정부 들어서서 늘어난 국가부채만 수백조원을 상회하고, 생색내기로 뿌린 ‘푼돈 재난지원금’만 수십조 원이 들어갔습니다. 국가예산을 물 쓰듯 쓰는데 탁월한 역량을 가진 이 정부가 정작 ‘백신 주권’ 확보에는 왜 신통력을 잃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러다보니 대통령이 백신을 주사하는 것까지 눈속임이라는 음모론이 등장하고, 현 정권이 ‘코로나 계엄령’을 유지시켜 촛불혁명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백신 접종과 ‘집단 면역’을 늦추고 있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임기 말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음모론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백신주권국가’의 정초를 마련하는 데, ‘회광반조’(回光返照)의 마지막 투혼을 발휘하기 바랍니다. 능력이 없다 해도 의지만 확실하다면, ‘백신주권국가 실현을 위한’ 거국내각, 연립정부, 공동정부가 대수겠습니까.  

 

지구촌 압축성장 신화의 유일한 모델이었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백신 거지’로 전락해 쪼그라들고 있는 가슴 아픈 현실을 바라보며, 오늘은 비록 백신전쟁에서 참패했지만 내일은 당당하게 승리할 수 있는 ‘고단위 비책’의 탄생을 간절하게 소망해보는 오늘입니다. 

박종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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