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 값’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지은 마명들, 무엇이 있을까? 말이 혈통등록이 되고 만 1세가 지나면 말의 소유주(馬主)는 말에게 이름을 붙일 수 있다. 경주마의 마명은 한국마사회(회장 김우남)의 ‘더러브렛 등록 규정’에 따라 한글 기준 여백 없이 6자 이내여야 한다. 이 ‘6자’ 안에서 마주들은 자식 이름을 짓는 것만큼이나 마명을 고민한다. 자라면서 다치지 않기를, 경주에서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과 우승에 대한 열망을 한껏 담는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시처럼 경주마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순간부터 자식과 같은 애착이 형성된다.
이렇게 마주들이 고민한 만큼 ‘이름 값’하는 경주마도 많다. 부경 경마공원에서 활약했던 ‘당대불패’는 이름대로 당대에 불패하는 신화를 보여줬다. 대통령배(GⅠ, 2000m)와 농림수산식품부장관배(GⅡ,1800m), 경상남도지사배(GⅢ,1800m) 대상경주와 함께 3세 시절 출전한 모든 일반경주에서 불패했다. 이후에도 뚝섬배(GⅢ,1400m), 오너스컵(GⅢ,2000m) 등 대상경주 우승행보를 보여줬다. 특히 대통령배는 3년 연속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경매 당시 체구가 작고 인기가 없어 강하고 끈기 있는 경주마로 성장하길 바라며 이름 지었다는 ‘돌콩’ 역시 먼 나라 두바이까지 원정을 가 한국 경주마 최초로 ‘두바이 월드컵’ 결승에 진출한 ‘돌처럼 단단한’ 명마로 성장했다. 최근 어마어마한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는 경주마 ‘어마어마’, 부산경남 경마공원의 1400m 신기록을 세운 ‘쏜살’도 이름 값 하고 있는 경주마라 할 수 있다.
한편, 08년09년 2년 연속 ‘그랑프리(GⅠ,2300m) 우승마인 ’동반의강자‘는 ‘동방의강자’로 마명을 등록하려다 오타 실수로 동반의 강자가 되었다는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있다.
■ 경주마 이름을 보면 마주혈통이 보인다? 마주들의 특성을 드러내는 이름도 많다. ‘슈퍼삭스’, ‘아이언삭스’ 등 현재 서울경마공원에는 총 18두의 ‘삭스들’이 있다. 국내외 유수 의류 브랜드에 양말을 납품하는 양말 전문기업 대표인 김창식 마주는 양말과 경주마에 대한 사랑과 끈기를 담아 이름을 짓기로 유명하다. ‘갓오브삭스’, ‘핵삭스’ 같은 강력한 삭스부터 ‘플로리다삭스’, ‘오클랜드삭스’등 경주마의 산지를 붙인 삭스도 있다. 지자체가 마주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천시청의 ‘이천쌀’, 영천시청의 ‘최강영천’처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경마는 혈통의 스포츠인 만큼 잘 달리는 부마의 이름을 따라 짓는 경우도 왕왕 있다. 이름에 ‘메니’가 들어간 경주마들은 모두 최강 씨수말 ‘메니피’의 자마들이다. ‘티즈’계열 역시 미국 유명 씨수말 ‘TIZNOW(티즈나우)’의 피가 섞였을 가능성이 높다. ‘티즈플랜’ 역시 부마인 ‘티즈나우’의 앞 두 글자와 모마인 ‘어뮤징플랜’의 뒤 두 글자를 따와 이름 지어졌다.
한해에 경주마로 입사하는 더러브렛은 약 1,500두. 모두 각자의 소망과 의미를 담은 ‘이름’을 달고 마생을 시작한다. ‘이름’은 그 존재를 나타내는 단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름’은 글자 이상의 울림을 갖는다. 경주마든 사람이든 의미 없이 지어진 이름은 없다. 세상 모든 ‘이름’들이 그 속에 품고 있는 가치를 빛내는 주인공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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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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