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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참혹한 사태, 미래는 어디인가?

대한민국 여당, 미얀마 南-北 사마리아인 기억될 수 있기를...

박종완 기자 | 기사입력 2021/03/30 [22:18]

미얀마 참혹한 사태, 미래는 어디인가?

대한민국 여당, 미얀마 南-北 사마리아인 기억될 수 있기를...

박종완 기자 | 입력 : 2021/03/30 [22:18]

▲ 강길모 미디어이슈 고문     

 

2017년 11월, 장대비가 퍼붓던 방콕 공항에서 프로펠러 비행기로 갈아타고 미얀마의 행정수도 네피도로 날아갔던 기억이 문득 새롭게 떠오릅니다. 

 

군사정권이 어느 날 갑자기 수도를 양곤에서 네피도로 옮겼다는 얘기와 함께, 적어도 미얀마에선 군부가 원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나라라는 얘기 정도는 사전에 듣고 갔었지만, ‘깜짝 수도’ 네피도로의 첫인상은 매우 깨끗하고 산뜻했습니다. 미얀마 군부가 막강한 추진력과 그에 따른 효율성을 국가경제발전에 집중할 수 있다면, 뒤늦게라도 대한민국의 압축성장 신화를 비슷하게 흉내 낼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해보기도 했었습니다. 

 

특히 네피도로 수도를 옮기면서 전격적으로 만들었다는 고속도로를 이용해 양곤으로 내달리면서, 50년 넘게 집권하며 미얀마를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시켰던 군부가 아웅산 수치를 중심으로 한 미얀마 민주화운동에 자극받아 나름 경제도약을 시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네피도로-양곤 고속도로의 길이가 경부고속도로와 엇비슷하다는 이유였을까요?

 

알려진 대로 미얀마의 정치체제는 민주주의 정치의 기본원칙에 비춰보면 거의 ‘웃기는 짬뽕’ 수준입니다. 군부는 무조건 의회에 25% 의석을 할당받고, 국방, 내무, 국경장관 등 요직은 무조건 군부의 몫이며, 특히 군 통수권이 군부가 선출하는 최고사령관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선거 결과가 어떠하든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의 절대 권력은 요지부동인 권력체제입니다.  

 

1962년 네윈의 쿠데타로 시작된 군부독재가 형식적으로는 2015년 총선을 통해 50여년 만에  마감될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이번 쿠데타에서 보듯 미얀마의 군부독재 체제는 2021년 오늘까지 조금도 변한 것이 없고, 변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아웅산 수치가 총선 압승에도 불구하고 군부와의 ‘공동정부 운영’에 동의하고, 로힝야 인종학살극에 동조한 것 등은 군부의 막강한 힘과 체제에 굴복한 것일 뿐, 능동적인 것이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50년 넘게, 거의 60년 가까이 미얀마의 정치권력과 경제 권력을 독점해 온 군부가, 총선 승리를 앞세워 군부의 힘을 빼는 ‘헌법개정’ 시도를 묵과했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나라가 바로 미얀마입니다. 

 

“로힝야라는 족속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방글라데시에서 넘어 온 불순분자들이 있을 뿐입니다” 로힝야 인종학살에 대한 질문에 미얀마 고위관리는 단호하게 대답했었습니다. 커다란 덩치에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중앙정부 한 행정기관의 수장자리에 있었던 그는 이른바 ‘군부 출신’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ODA 지원에 감사해 마지않던 그가, 로힝야 얘기에 돌변해 잡아먹을 듯 부릅뜬 채 쏘아보던 눈길이 지금도 선합니다. 

 

일생을 군부독재 치하에서 나고 자란 미얀마 군부의 전사들은 민주화를 외치는 미얀마 시민들을 ‘국가적 해악’으로 확신하고 서슴없이 총칼을 휘두르고 있을 것입니다. 시민을 학살하는 것이 애국이고 정의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어도 미얀마에선 정상적인 사람들이고, 목숨을 담보로 민주화를 위한 행동에 나선 시민들이 정말 ‘별종’인 나라가 바로 미얀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시민들이 온 몸을 던져 군사독재에 항거하는 모습은 참으로 장엄하기만 합니다. 길거리에서 스치던 미얀마 사람들은 대개 여리고 가냘픈 모습이면서도 친절하고 순박한 사람들로 보였습니다. 도대체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저토록 가열 차게 투쟁할 수 있는지, 가녀린 인상 뒤에 숨겨진 그 열정과 용기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제미인대회에 출전한 미얀마 양곤의 대학생 한 레이가 미얀마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눈물로 호소한 장면도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겠지만, 꽃다운 청춘과 고귀한 생명을 민주화 제단에 바치고 쓰러져간 미얀마 시민들의 참혹한 시신들이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마당에 조금이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미얀마 사태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바른 인식과 접근 자세입니다. 우리 정부는 지난 3월 12일 미얀마에 최루탄 등 군용물자 수출 중단, ODA 사업 재검토, 국방 및 치안 분야 신규 교류 협력 중단 등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외국의 인권 상황을 이유로 ‘독자적’ 제재 조치를 취한 것은 건국 이래 처음이라고 합니다.

 

대한민국 국회는 이보다 앞선 지난 2월 26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 규탄 및 민주주의 회복과 구금자 석방 촉구 결의안”을 찬성 257표 투표 257표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여야 정치인들은 미얀마 사태에 대해 우려와 함께, 사태 해결을 위한 국제적 지원 필요성을 경쟁적으로 외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들도 미얀마 시민들과의 동지적 연대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들의 미얀마 사태에 대한 관심과 지원 노력이 총칼에 맞서 피를 흘리는 미얀마 시민들에게 당장 얼마나 도움이 될지, 그 구체적 효과를 따지면 안타깝고 아쉽기만 합니다. 그러나 군부권력의 만행에 대한 규탄과 미얀마 시민들에 대한 우리의 응원은 실질적 효과에 관계없이 아름다운 ‘문명의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가치는 개별 국가들 사이에서도 ‘주권 침해’나 ‘내정 간섭’이라는 변명으로 피해갈 수 없는 우선적, 보편적 가치입니다. 우리 대한민국 정부가 미얀마 인권유린 사태에 빠르게 행동한 것은, 그래서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인 일이며, 우리 국민이 긍지와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한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예수는 참다운 이웃이 누구냐는 질문에, 강도를 만나 상처를 입고 쓰러진 사람을 외면하지 않았던 ‘선한 사마리아 사람’을 비유하며 설명했습니다. 피 흘리며 고통 받는 폭력의 현장을 수수방관하는 사람은 사실상 폭력행위를 옹호하거나 용인한 자와 다름없습니다. ‘간접적 폭행범’이요, 사실상의 공범이라고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됩니다.  

 

우리 대한민국이 미얀마의 비극을 외면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에 나선 것은, ‘참다운 이웃’의 의무를 다한 것이며, 대한민국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선진국’임을 만천하에 과시한 것이니, 이 어찌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있겠습니까.

 

최근 한미동맹 균열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문재인대통령은 지난 미국의 국무, 국방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한미동맹은 성공적 동맹의 모범이며, 가치동맹’이라고 명쾌하게 규정했습니다. ‘한미동맹은 가치동맹’이라는 것을 재확인한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닙니다. 

 

특히 문대통령이 미얀마 사태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을 자랑스럽게 설명했고, 미국 측이 이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명한 것은 근래 보기 드문 장면이었습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보편가치에 충실한 대한민국, 그래서 지구촌에서 ‘가치 선진국’으로서의 국가의 명예를 떨치는 것이 당장의 경제적 이익 등을 이유로 회피하고 굴종하는 것보다 훨씬 국익이 크다는 것을 문재인 정부도 깨달았다는 신호로 이해하고 싶은 장면이었습니다.

 

미얀마 사태에 대한 ‘민주주의 선진국 대한민국’의 ‘동지적 개입’이라는 이 역사적 첫 걸음이, 이제부터는 중국과 북한 등의 인권문제에도 그동안의 접근법에서 획기적으로 탈출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중국이 신장, 위구르에서 가혹한 인권탄압으로 국제사회에서 지탄을 받고 있음에도 우리 정부가 찍소리조차 못하고 있고, 유엔에서 북한의 인권유린에 대해 수 십 가지 사례를 조목조목 열거하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을 때, 애써 외면하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이 정부가 도대체 미얀마 사태에 대해 큰소리 칠 자격이 있느냐고 힐난하는 소릴랑 더 이상 없어져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사문화시킨 ‘북한인권법’부터 즉각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고, 국제적으로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대북전단법’을 재고해야 할 것이며, 나아가 ‘인권을 정치화하지 말라’고 앵무새처럼 외치고 있는 중국과 북한, 러시아 등에 대해 ‘보편가치 선진국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당당하고 멋지게 호통을 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감히 ‘민주주의 선진국’인 대한민국 대통령을 향해 ‘미국산 앵무새’라고 막말하는 김여정의 안하무인에 대해서도 따끔한 ‘지도와 교육’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무례들도 근본적으로는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가치의 몰각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차근차근 가르쳐야 합니다. 미얀마 사태에 누구보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집권여당 정치인들에게 특히 당부합니다.   

 

최근 미얀마 사태를 놓고, 향후 미얀마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모델을 따르게 될지, 아니면 북한의 사례를 따라갈 것인지 결정될 것이라는 얘기가 돈다고 합니다. 미얀마 시민들의 참혹한 피와 희생이 값진 열매로 귀결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아울러 미얀마 사태를 계기로 ‘가치 동맹’의 실천과 행동에 눈을 뜬 대한민국 정부가 미얀마의 선한 사마리아인이었듯이, 중국 신장 위구르 사람들과 북한 동포들에게도 똑같이 선한 사마리아인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 더욱 간절히 소망하고 꿈꾸는 오늘입니다.   

 

 

 

 

 

박종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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