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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보수정치의 미래는 있는가?"

강길모 "새는 좌우의 날개가 아니라 두 개의 날개로 난다"

박종완 기자 | 기사입력 2020/05/23 [08:35]

"대한민국 보수정치의 미래는 있는가?"

강길모 "새는 좌우의 날개가 아니라 두 개의 날개로 난다"

박종완 기자 | 입력 : 2020/05/23 [08:35]
강길모 미디어이슈 고문


21대 총선 이후 지금까지 대한민국 보수 정치의 미래에 대한 많은 진단과 분석들이 제기되었습니다. 사전투표 조작설 등을 앞세워 선거결과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분들의 주장은 일단 앞으로의 논의에서 제외하겠습니다. 진짜 선거부정이 있었다면 그 근거들을 차분히 따져보면 될 일이고, 우리 대한민국의 현재에 대한 최소한의 자부심이 있다면 곧 진실이 무엇인지 명명백백하게 규명되리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보수정치의 현실과 관련한 진단들을 종합해보면, 그래도 제대로 각성하고 문제점들을 보완한다면 보수정치에 충분히 희망이 있다고 보는 보완론적 시각과,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보수정치는 이제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관론적 시각으로 나뉘고 있는 듯합니다. 

 

보완론적 시각에서는, 보수정치 리더십의 과감한 세대교체와 보수주의 정치이념의 근본 가치에 대한 재발견, 보수우파적 복지정책 등 대중 설득 기제 개발과 함께, 5.18 등 방어적 이슈에 대한 전술적 자세전환, 수구꼴통 이미지 개선 전략 등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보수정치 비관론의 핵심은, 이미 대한민국 유권자들의 정치성향적 구성비율에서 보수우파는 도저히 진보좌파를 이길 수 없는 구조적 장벽에 직면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예를 들면 2004년경에는 성장이 우선이라는 여론이 60%, 분배와 복지가 우선이라는 여론이 30% 수준이었는데, 2017년을 넘어서면 분배와 복지가 60%, 성장우선은 30%로 여론지형이 반전되었다는 것입니다. 전통적인 보수우파들의 경제이념적 가치가 진보좌파적 가치의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다는 분석입니다. 

 

말을 복잡하게 하고 있지만, 단순화해보면 ‘경제성장을 통해 파이를 키워야 나눠먹을 것이 커지고, 대기업들이 잘 나가야 낙수효과로 경제가 잘 돌아 간다’는 보수우파들의 주장이 정치현장에서 대중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는 지형으로 탈바꿈했으니 보수우파정치는 이제 끝났다는 것입니다. 자본소득은 계속 올라가지만, 임금소득은 제자리거나 상대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경제성장만 외쳐서는 고달픈 서민들의 귀에 먹힐 수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대한민국 보수우파 정치가 보수주의 정치의 참 가치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음은 물론, 수구꼴통, 꼰대, 막말, 재벌의 머슴, 시대착오적 매커시즘, 친일파 옹호집단 등 덧씌워진 온갖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하고 허우적대고 있다는 진단은 그나마 희망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제대로 반성하고 노력하면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는 진단이니까요. 

 

그러나 보수정치가 구조적으로 몰락의 길에 들어섰다는 비관론은 보수정치에 어떤 희망도 미래도 없다는 사실상의 사망선고나 다름없습니다. 이미 대한민국의 유권자 지형이 그렇게 고착화되고 있다면, 보수정치는 간판을 내려야 합니다. 보수정치인 모두가 이른바 진보좌파 진영에 투항해서 사소한 차이를 놓고 계파정치나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습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듯이, 보수정치가 궤멸되면 대한민국이 균형과 건강성을 상실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얘기는 틀린 얘기입니다. 새는 그것이 좌든 우든 한 색깔의 날개가 있어야 제대로 날 수 있습니다. 좌우 날개가 깃털이 다르고, 날갯짓 할 때마다 서로 방향성이 엇갈린다면 어떻게 재대로 날 수 있겠습니까. 새는 색깔과 기능이 동일하거나 비슷한 날개를 좌우에 장착하고 있어야 제대로 날 수 있습니다. 

 

보수우파와 진보좌파가 생산적 경쟁을 할 수 있어야 나라가 균형 있게 굴러간다는 얘기에 굳이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어느 한쪽이 역사성과 존재가치를 근본적으로 상실했다면 완전히 사라져도 나라 살림살이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는 말씀입니다. 기계론적 균형론으로 보수우파가 어찌되었든 살아나야 한다는 당위론은 필요 없다는 말씀입니다.

 

그런 전제로, 대한민국 보수정치의 희망과 미래를 진지하게 성찰해야 합니다. 보수정치의 미래를 고민하는 분들은 어떻게든 우리는 살아남겠지 하는 근거 없는 기대를 버리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보완론보다는 비관론에 주목하라는 말씀입니다. 

 

1980년대 이후의 정치상황을 경험한 세대들이 대한민국 사회의 주류가 된 상황에서, 과거 방식의 보수주의 정치로는 답이 없다는 지적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무려 1191만 5277명의 유권자들이 보수정당을 지지했다는 것에서 위안을 찾으려한다면 대한민국 보수우파정치는 사망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에서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보수우파 정치의 몰락은 보수우파적 가치와 이념이 근본적으로 시대정신을 상실한 탓이 아닙니다. 보수주의의 가치는 훌륭한 전통을 계승하면서, 동시에 변화된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자기개혁에 게으르지 않다는 점에 있습니다. 한국적 보수정치의 몰락은 이념과 가치의 몰락이 아니라 이른바 보수정치인이라는 사람의 문제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1980년대 이후 한국적 정치상황과 경험이 만들어낸 유권자 지형변화와, 토마 피케티가 진단했던 현대 자본주의의 모순 심화과정, 즉 자본소득과 임금소득의 격차가 갈수록 증폭되는 현실에서 보수우파 정치인들이 자기변화에 둔감했던 것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객관적 조건 변화는 주관적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극복해 갈 수 있었음에도, ‘박정희 신화’에 기대고 안주한 것이 고작인 상황에서 한국적 보수정치의 몰락은 필연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보수정당의 행색은 초라하기만 합니다. 당선자들은 주변의 축하와 박수 속에서 의기양양한 모습이고, 낙선자들 중 일부는 선거부정론으로 화풀이하고 있고 또 일부는 의기소침해서 공적 책임에 대한 소명의식조차 모조리 팽개치고 있는 듯합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대한민국 보수우파 정치에 당연히 희망도 있고 미래도 있고, 또 있어야만 합니다. 보수주의 정치의 근본 가치가 엄존하고 있고, 좌파 포퓰리즘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는 상황에서 보수우파정치의 시대적 소명도 시퍼렇게 살아있습니다. 

 

대한민국 보수우파 정치의 현실은 근본적으로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보완론이 맞는 얘기인데, 눈에 보이는 보수우파 정치인들이 스스로 비관론으로 상황을 몰아가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이대로 가면 보수우파 정치는 멸족이라는 절박한 비관론에 발을 딛고 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온전히 자신을 던지려는 보수우파 정치의 확신범들이 늘어나고 조직화되기까지 대한민국의 보수우파 정당은 이미 없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 보수정치는 실종이 아니라 사망신고로 대체해야 할 판이라는 말씀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보수정당에 표를 줬던 1191만 5277명의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요? 대한민국 보수우파 정치의 희망과 미래에 대한 기대의 끈을 놓지 않고 있을까요, 아니면 갈수록 몰려오는 좌절감에 먹먹해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계실까요? 

 

단 10명의 의인이 없어 멸망했던 소돔과 고모라의 비극을 돌이켜보면서, 대한민국의 오늘과 미래를 위해서라도 대한민국 보수우파 정치의 희망과 미래를 위해 헌신하려는 단 10명의 진정한 보수우파 의인을 기대하고 싶은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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