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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에서 누구를 찍어야 하나요?

"건강한 선택을 위해 맹목적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야"

박종완 기자 | 기사입력 2020/04/04 [16:50]

이번 총선에서 누구를 찍어야 하나요?

"건강한 선택을 위해 맹목적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야"

박종완 기자 | 입력 : 2020/04/04 [16:50]
강길모 미디어이슈 고문


2017년 초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시절, 미국으로 이민 가서 식당을 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주부가 오랜만에 한국에 놀러왔다. 서울에 온 그녀는 만사 제치고 촛불시위부터 참여했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서 상당한 비용으로 한국에 놀러와 지인들과 어울리기도 아까운 시간에 왜 그 시위에 참석해서 힘과 시간을 쏟는 것인지 궁금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박근혜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차 있었고 그 수준이 극단적이라서 너무 놀라웠다. 의식화 교육을 받았던 골수 운동권 출신도 아니었다. 이역만리 미국 땅에서 이미 20년 가까이 살아 온 평범한 주부가 대체 어찌하여 이토록 살벌한 증오심을 갖게 되었을까. 그녀에겐 박근혜가 실제로 얼마만큼 국정을 농단하고 뇌물을 받았는지 등에 대해 정확한 팩트는 별로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박근혜이기 때문에 모든 의혹들은 이미 차고 넘치는 진실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우리 정치사에 큰 파장을 던진 사람은 아니지만 총리를 지내고 정치판에 뛰어들었다가 지금은 퇴장한 김황식이라는 사람이 있다. 전남 광주 출신으로 감사원장, 대법관, 총리에 이르기까지 그 혹독하다는 인사청문회만 세 번이나 통과한 사람이고,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에 뛰어들어 다시 한 번 샅샅이 신상털기를 당했던 사람이다. 

 

김 전 총리는 역대 총리 중에서 가장 직무 수행 능력이 우수했던 총리 중의 하나로 평가되는 사람이며, 메르스가 창궐하던 2015년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의 조직위원장을 맡아, 지구촌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대회를 가장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마무리했던 업적도 가지고 있다. 코로나 정국에서 돌아보면 더욱 평가될 대목이기도 하다. 

 

김황식 전 총리가 만약 호남출신답게 그 쪽 진영에 가담해 정치권에 진출했다면 과연 어떠했을까 상상해보면, 최소한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에서 정몽준후보에 패배한 정도의 정치경력을 쌓고 퇴장할 수준은 아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진영논리에서 촉발된 증오의 정치가 설쳐대는 정치문화가 아니었다면, 김 전 총리는 국가지도자로서 나름의 품격과 역량을 갖춘 보기 드문 정치지도자 후보 중 하나로 평가받지 않았을까 한다. 

 

미국 교포 주부의 살벌한 정치인식이나, 김황식 전 총리 등에 대한 정치적 평가에서 ‘진영논리 발(發) 증오의 정치’가 짙게 느껴진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짙은 선입견이 교포 주부의 적개심과 증오심을 필요 이상으로 증폭시킨 듯하고, 진영논리적 편견이 역량 있는 정치인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 정치문화의 알파와 오메가에 해당하는 ‘진영논리와 증오의 정치’라는 프레임에 갇히면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고, 보기 싫은 쪽은 무슨 짓을 해도 보기 싫게 된다. 정치적 관계에서 객관적인 사실관계는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내가 믿고 싶은 것만 진실이 된다. 조국 전 법무장관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종합하면, 이 나라에 과연 객관적 진실이란 것이 존재하는지가 의심스러울 정도 아니었던가. 

 

과장과 왜곡으로 증오를 부추기는 정치는 사라져야 한다. 이제는 그런 하급정치를 몰아낼 수준으로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의 정치의식도 충분히 발전해왔다고 믿는다. 자주 얘기하지만 증오의 정치는 마치 정치적으로 절대선이나 절대악이 존재하는 것 같은 대중적 착각을 조장한다. 이 대중적 착각이 이른바 ‘우중(愚衆)정치’의 토대를 만든다. SNS를 통해 증폭되고 증폭되는 증오의 착각들이 대한민국 정치를 좀먹는 최악의 암덩어리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이번 총선도 증오의 정치로 판가름되어서는 안 된다. ‘증오의 정치’는 정치적 판단을 흐리게 하고, 합리적 선택을 가로막는 암초다. 종북 빨갱이 사냥에 목을 매는 분들에게는 한가한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대한민국의 정상화를 바라는 마음이 우선이라면 거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집권당의 선거꾼들도 마찬가지다. 집권당으로서의 공과에 대해 정정당당하게 평가받으려하지 않고, 종북 빨갱이 사냥을 역으로 이용해서 종래의 무조건적 지지자들을 증오의 정치꾼들로 무장시키고 동원해냄으로써 책임을 회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 

 

여든 야든 국민들을 증오의 정치가 동원할 수 있는 허수아비쯤으로 인식한다면 그런 태도는  정치적 심판에서 그치지 않고 그야말로 천벌을 받을 일이다. 왜곡된 증오보다는 합리적 이성이 총선민심으로 나타나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과연 국민들의 마음에 흡족한 성과를 냈다면 당연히 승리해야만 할 것이고, 아니라면 패배해야만 한다. 그것이 책임정치의 본질이요, 우리가 구현해야 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다. 

 

너무도 힘겨운 삶의 무게 때문에, 그 이유가 위정자들의 국정능력 부재 탓으로 느껴지고, 그로 인해 울화통이 터져 선거판에서 누군가를 심판하려 하는 것은 물론 증오의 정치가 아니다. 진영논리에 따른 집단적 편 가르기 차원에서 합리적 근거도 없이 어느 한 쪽을 일방적으로 매도하거나 증오하는 것이 이미 타성화 된 현상을 우려한다는 말씀이다.

 

선거에 참여하는 유권자로서, 이제는 더 이상 누군가가 죽도록 미워서 투표에 참여하는 일은 없을수록 좋다. A후보 보다는 B후보가 덜 죽일 놈이라서 찍는다는 식의 선거라면 근본적으로 얼마나 불행한 선거인가. 최선을 찾지 못하고 기껏해야 차악이나 찾아서 선택해야 하는 것은 확실히 안타까운 일이다. 술자리에서 정치 얘기하다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친구를 때려죽였다는 어이없는 사건들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이 천박한 정치문화는 시급히 벗어나야 할 중차대한 과제라는 말씀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라고도 한다. 단점보다는 어떻게든 장점을 찾아보고 선택에 임해야 즐거운 축제가 되지 않겠는가. A도 좋은데 B가 더 좋아서 표를 찍어주고 싶은 선거, 선택의 근거를 합리적 이성으로 찾아내는 선거, 사랑하는 가족, 친지들 사이에서 서로 선택이 달라도 웃으면서 존중해주는 선거, 투표장 주변에서 만난 이웃끼리 각각 다른 후보를 지지하더라도 진심으로 서로를 격려하는 선거판이 우리가 가야 할 대한민국의 선거 현장이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누구를 찍을 것인가? 역설적이지만 누구를 찍을 것인가 보다 어떻게 찍을 것인가의 문제도 한번 생각해보는 총선이 되었으면 한다. 누가 되든 증오심으로 부들부들 떨며 선택하기보다 미치도록 좋거나 너무 예뻐서 한 표를 던지고 싶은, 이번 총선부터라도 모든 국민들에게 그런 선택의 즐거움이 넘쳐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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