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어떻게 볼것인가?

남미 해방신학 신부들이 성경 대신 총을 든 사연

박종완 기자 승인 2020.09.28 20:42 | 최종 수정 2020.09.28 21:03 의견 1
강길모 미디어이슈 고문


서해안 공무원 피격사건에 대해 너그럽게 생각해볼까 합니다. 가급적 우리 군과 청와대, 정부 여당의 입장에서 특히 너그럽게 생각해볼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속이 터질지도 몰라서 힘들어도 너그럽게 따져볼까 합니다.

서해상에서 근무 중이던 우리 어업지도원이 원인불상으로 실종된 것이 21일 새벽에서 오전 사이였고, 신고가 접수된 것이 21일 11시 30분이었습니다. 신고 접수 후 두 시간이 지나 우리 군과 해경이 실종자 수색에 나섰지만 전혀 종적을 찾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다음날 오후 3시 30분쯤에야 이른바 ‘첩보자산’을 통해, 실종자가 북측해역에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일단 여기까지는 너그럽게 볼만합니다. 날씨도 좋았다는데, 하루 종일 실종자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만, 해상수색의 특성상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군 당국은 실종자가 해당수역의 조류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엉뚱하게 ‘월북’의 근거로 삼았었는데, 수색하는 전문가들은 해당수역의 ‘조류’를 몰라서 정작 엉뚱한 곳을 수색하고 있었다는 것인지 의문이지만, 그 정도는 그냥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군 당국이 22일 3시 30분경 첩보자산을 통해 실종자와 북측이 원거리 접촉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지만, ‘첩보’란 것이 눈으로 확인된 것이 아닌 만큼 내용을 분석하고 짜깁기 등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첩보 접수 세 시간이 지난 오후 6시 36분경, 문대통령에게 ‘실종자 북측 해역 발견’ 내용의 첩보를 서면보고합니다. 대통령 보고 후 세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북측이 돌연 실종자를 총살하고 부유물과 함께 불태웁니다. 이 때 군은 ‘첩보자산’을 통한 상황 파악과 함께, 실시간으로 불꽃을 목격합니다.

여기도 너그럽게 보겠습니다. 22일 오후 3시 30분 실종자 행방에 대한 첩보를 획득했지만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했다는 것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이 시점에서 즉각 어떤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고 우리 군을 닦달할 수 없다는 얘기지요. 그런데 6시 36분에 대통령에게 관련 ‘첩보’를 보고했다면, 이미 상황 파악은 다 정리됐다는 의미 아닐까요? ‘첩보’가 사실로 확인되지 않고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얼간이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시점부터 실종자가 피살되는 시점까지 무려 3시간의 여유가 있었습니다. 이 시간에 아무 것도 안했다면 국민의 생명을 책임진 자들의 직무유기로서 이건 절대 너그럽게 볼 수 없는 대목이 됩니다. 

특히 문대통령이 첫 서면보고에 대해 어떻게 대응했는지 궁금합니다. 그냥 팔짱끼고 지켜보라고 했는지, 뭔가 적극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는지, 아니면 아무 얘기도 없었는지, 서면보고를 관련 참모가 묵살했는지, 이 부분에 대해 청와대는 시원하게 답을 해야 함에도 ‘정치 공세’ 운운하며 어물쩍 넘어가고 있습니다. 바로 그날 밤 UN연설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역설해야 할 마당에 이런 보고가 거슬렸다면 그랬다고 솔직하게 밝혀야 합니다. 만약 대통령이 즉각 적극적 대응을 지시했음에도 군이 불복했다면 당연히 책임자를 엄단해야 할 일입니다.

22일 오후 9시 40분경, 군이 ‘그럴 줄 몰랐다’는 속내를 토로했다고 하는 그 시간, 대한민국 공무원은 총살당하고 불태워졌습니다. 군은 이 같은 사실을 밤 11시경 국방부장관과 청와대에 동시 보고합니다. 청와대는 안보실장 주재 관계장관회의를 새벽 1시부터 2시 사이에 긴급 개최합니다. 그 회의가 열리는 시간에 문대통령의 UN연설이 진행됩니다. 대통령은 아무 사실도 모른 채 연설 이후 편안히 잠자리에 드십니다. 대통령님의 충분한 수면시간을 고려해, 아침 8시30분이 돼서야 느긋하게 긴급회의 내용을 대통령에게 대면보고 했다고 합니다. 

대통령은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리라고 했다고 합니다. 군은 그날 오후 1시가 넘어서야 실종자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됐고 생사 여부는 알 수 없다고 언론에 공개합니다. 그리고 첫 공개시점부터 무슨 이유인지 월북 가능성을 명시적으로 언급합니다. 그날 밤 늦게야 언론을 통해 피격 및 불태워진 사실이 전언 형식으로 흘러 다니게 됩니다. 군은 다음날인 24일 오전 11시에 공식적으로 실종공무원 피격 사망 및 시신 훼손 등을 정식으로 공표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아무리 너그럽게 보고 싶어도 정말 참기 어렵게 됩니다. 먼저 대통령이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리라고 지시했음에도, 서너 시간 지나 처음 언론에 사실을 흘리면서, 이미 실종자가 총살돼 불태워진 사실까지 확인한 상태에서, 천연스레 ‘생사 불명’이고 조사 중이라고 발표합니다. 그러면서도 친절하게 ‘월북’ 얘기는 덧붙여 넣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하게 대통령님의 지시를 감히 어긴 것이고 군 통수권자에 대한 항명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야권이 ‘세월호 7시간’ 운운하며, 문대통령의 행적을 분초단위로 공개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외견상 정치공세라고 치부해도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초 첩보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한 후 실종자가 총살되기 전 3시간여 동안 대통령과 군이 수수방관한 점, ▲우리 국민의 생명이 불태워진 사실을 대통령에게 9시간가량 늑장 보고한 점, ▲대통령의 대국민 공개 지시를 묵살하고 26시간이 넘도록 진상을 숨긴 채 ‘월북’ 운운으로 국면을 호도하며 진상공개를 지연시키고 은폐한 점 등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청와대가 대북 규탄성명을 발표한 것은 최초 첩보 취득 후 무려 이틀이 지난 24일 오후 3시 반이었습니다. 이날 오후 네 시에야 대통령께서 “매우 충격적이고 유감”이라면서 “북측은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하라”고 주문할 것을 관계자들에게 지시하십니다. 다음날 여당은 ‘대북규탄 결의안’을 내겠다고 화답합니다. 이 시점에서는 여야 구분 없이 국민의 생명보호를 위한 ‘아름다운 동행’이 아주 잠깐 이뤄집니다. 

그러나 다음날 오후 2시 청와대가 전격적으로 북 통전부가 보냈다는 이른바 ‘김정은의 사과 통지문’을 공개합니다. 며칠 전 오갔다는 남북 정상간 친서내용도 곁다리로 공개합니다. 김정은의 발 빠른 은총과 배려에 도처에서 감읍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계몽군주’로까지 칭송됩니다. 이보다 한발 앞서 눈치 없게도 대북규탄 결의안 처리를 장담했던 여당 원내대표는 여권 내에서 쥐구멍을 찾아야 할 처지가 됩니다. 

김정은이 보냈다는 통지문 전문을 보면,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린 아랫사람에게 보내는 듯한 오만함과 값싼 배려와 동정의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표류하는 대한민국 국민을 총살했다는 야만성에 대해 미안하다는 얘기가 아니라, 약간의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앞으로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 될까봐 미안하다는 얘기입니다. 첫 번째 미안하다고 말하는 주체는 ‘우리 지도부’입니다. 김정은인지, 통전부장인지 무력부장인지 조차 애매모호한 부분입니다. 

김정은의 그 유별나고도 각별한 사과라고 하는 것은 통지문 말미에 ‘병마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와 문재인대통령에게 도움은커녕 불미스러운 일로 커다란 실망감을 준 데 대해 미안하다는 뜻을 전달하라고 하시었다’는 것이 전부입니다. 

이 ‘전달하라고 하시었다’는 간접적 언급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공식 대면보고를 받은 지 125시간 만에 내놓은 입장문에서, “특별히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 국민들께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해온 것에 대해 각별한 의미로 받아들입니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로서 곧바로 직접 사과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라며 참으로 각별하게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계십니다. 

또한 북한 통전부 통지문에서는, “우리 지도부는 이와 같은 유감스러운 사건으로 인하여 최근에 적게나마 쌓아온 북남 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허물어지지 않게 더욱 긴장하고 각성하며, 필요한 안전 대책을 강구할 데 대하여 거듭 강조 하였습니다”라고 얘기합니다. 

125시간 만에 나왔다는 문대통령 입장문은, “이번 사건을 풀어 나가는 데에서부터 대화의 불씨를 살리고, 협력의 물꼬를 터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화답하고 있습니다. 야만적인 가해자와 피해자가 엇비슷한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기만 합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안보국면에서 실천하는 독실한 신심으로 너그럽게 봐야 할까요?

병 주고 약 준다 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치명적 바이러스를 선물하고 기껏 소화제 몇 알을 준 것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할 것입니다.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전국 교도소의 살인범들이 ‘불미스러운 일로 유족들에게 미안하다’고 하면,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모두 석방시켜도 좋다는 얘기와 얼마나 다른지 의문입니다.

아무리 너그럽게 보려 해도 자제하기 어렵지만, 꾹꾹 참으며 너그럽게 충고하고자 합니다. 

첫째, 돌발사건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급격히 경색되는 것을 경계하려는 정부여당의 태도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의 요체는 상호 신뢰와 평화에의 진정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상호 신뢰는 남북 권력자들끼리의 신뢰가 아니라, 양측 동포들 간 신뢰여야 합니다. 결국 대한민국 국민들의 동의와 동참이 없다면 남북 간 신뢰와 평화체제 운운은 쓰레기나 다름없는, 공허한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이 첫째입니다.

둘째, 이번 사건에 국한해 보면, 청와대와 군, 여당의 태도는 ‘중립국 평화유지군’과 비슷한 태도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립국 평화유지군도 패악한 정권의 야만성에 대해서는 분노하는 것이 상례라는 점에서, 중립적인 입장이라고 표현해주는 것이 얼마나 너그러운 표현인지 알아줬으면 합니다. 불타고 있는 집이 우리 집인지, 옆집인지, 다른 동네인지 모를 태도로 일관했다고 하면 억울하십니까? 정작 복장 터지고 억울한 것은 이번 사건의 유가족들이요, 생명과 재산을 의탁할 곳이 실종된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이란 것을 각성하시기 바랍니다.

셋째, 얄팍한 술수로 국민을 기만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실종 국민이 이미 살해되고 불태워진 것을 뻔히 알면서도 무슨 궁리들을 하느라고 26시간이 지나서야 그나마도 ‘생사불명’으로 발표한 것인지 기가 찰 노릇입니다. 대한민국 안보책임자들이 북측의 야만성에 대해 코로나 대응책 운운으로 대신 변명하고 감싸는 태도는 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반드시 그 뿌리를 짚어 보아야할 대목입니다.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월북 타령’으로 국면을 호도하고 면피해 보려는 짓거리는 도대체 누구의 아이디어일지도 궁금합니다. 문대통령께서 각별하다고 의미부여 하신 북측 통지문에서 ‘월북’이 아니라 ‘침범’이라는데, ‘월북’만큼은 사실이라고 박박 우겨서 대체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지 그 속내가 경악스러울 정도입니다. 부채가 조금 있는 사람은 바다에 나가도 절대 구명조끼를 착용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들의 비아냥거림은 조소가 아니라 탄식입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안보전선의 최고사령관이자, 전선의 최선두에서 진두지휘할 책무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문대통령께서는 취임 전 누구보다 국민과의 직접적 소통을 강조하셨던 분입니다. 우리 국민이 총에 피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진 상황에서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이 일주일이나 지나, 그것도 김정은의 간접적 입장 표명보다 뒤에 이뤄진 것은 무엇으로도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더구나 그 내용조차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북측이 규정했던 이번 사건의 성격과 향후 과제에 대한 언급들을 그대로 수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말씀이었습니다. 너그럽게 보려 해도 이건 아닙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기 위해 노력하자는 대통령님의 말씀이 국민들의 가슴에 공허하게 들리는 것이 바로 이런 까닭입니다. 이번의 불미스러운 일이 북남관계에 재미없게 작용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김정은의 얘기와 흡사하게 들리는 것이 비단 필자 혼자만의 악의적 착각이라면, 차라리 대한민국을 위해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고 싶습니다. 

과거 남미의 해방신학 신부들은 십자가와 성경책을 버리고 총을 들었습니다. 야만적인 압제자가 인민의 목숨을 파리 떼 취급하는 상황에서, 말로만 하나님의 사랑을 외치는 것은 야만에의 방조를 넘어 적극적 협력이나 다름없다는 처절한 고백이 그 배경이 되었습니다. 이 정부의 주축이라는 과거 우리 운동권들은 총을 든 남미의 신부들에게 지극한 경의를 표했었습니다. 

어떠한 명분이나 지고한 가치도 상황논리에 대입하면 그것이 폭력이 되고 야만이 될 수도 있다는 말씀입니다. 북녘 동포들이 야만적 압제와 병마로 신고하고 있는 지금, 그런 압제자와의 친분에 급급해 하는 것은 그들 표현을 빌자면 “신고하고 있는 북녘 동포들을 크게 실망시키는 태도”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파도치는 바다 위에서 어이없이 총살당하는 상황에서조차, 남북관계 경색을 먼저 두려워하는 태도로는 결단코 남북관계의 진정한 물꼬를 틀 수 없습니다. 야만의 뒷전에서 형식적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모래성에 불과할 뿐입니다. 이번 서해 피격사건은 그 자체보다, 이 사건을 대하는 이 정권의 태도가 향후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구축에 ‘재미없게 작용할 것’이라고 힘주어 외치고 싶은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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