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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대통령 후보들,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는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읽을 수도 기대 할 수도 없다.
국민에게 강요되는 “차악의 선택(lesser evil)”

강길모 고문 | 기사입력 2021/11/16 [13:02]

與-野 대통령 후보들,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는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읽을 수도 기대 할 수도 없다.
국민에게 강요되는 “차악의 선택(lesser evil)”

강길모 고문 | 입력 : 2021/11/16 [13:02]

▲ 강길모 미디어이슈 고문    

 

[미디어이슈=강길모 고문] 우리가 사는 세상이 미래에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간절하지만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인류는 오래 전부터 미래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고자 애써왔고, 미래에 대한 상상력은 또 언제나 감당하기 어려운 변화에의 두려움을 수반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고대 사람들에게 미래는 “예언자”들의 몫이었습니다. 신령한 기운에 힘입어 미래를 예고하며 환난을 경고하는 예언자들은 종교적 신앙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그 가운데 지금 돌이켜 봐도 수백년 수천년 뒤의 일을 제법 정확하게 예언했다는 사례도 수두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언급들을 견강부회식으로 확대 해석한 것이 대부분입니다만. 

 

근대에 들어오면 미래에 대한 인류의 상상력은 과학적 통찰력이 바탕이 되면서, 예언도 과학적 사고의 연장선에서 ‘근거 있는 예측’으로 다뤄집니다. 과거 신화 수준의 예언가들은 물리학 수학 통계학 등에 상당한 조예를 갖춘 SF소설가들로 변신했으며, 오늘날에는 ‘미래학자’라는 새로운 직종도 출현했습니다. 유명한 광고 카피 “침대는 과학입니다”처럼, 침대가 과학이 된 마당에 예언이 과학이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라 할 것입니다. 

 

과학적 통찰에 근거한 근대적 예언가의 대표자는 쥘 베른(1828~1905)이 아닐까 합니다. 흔히 SF소설의 개척자로 얘기되는 분이고, 우리나라 중장년층 이상이라면 ‘해저2만리’와 ‘15소년 표류기’ ‘80일간의 세계일주’ 등 그의 작품들은 매우 익숙한 제목이 될 것입니다. 

 

쥘 베른이 ‘해저2만리’를 발표한 것이 1869년이고, 거기에서 등장하는 잠수함 노틸러스는 나트륨 전지를 동력으로 쓰던, 당시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성능의 잠수함이었습니다. 실제로 이와 유사한 성능의 원자력잠수함 노틸러스호가 미국에서 진수된 것이 1955년이었으니, 쥘 베른의 상상력이 실제로 구현되는 데, 90여 년이 걸린 셈입니다.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해 과학적 기반이 탄탄했던 SF소설가이자 미래학자 아서 C 클라크(1917~2008)는 1945년에 오늘날 ‘통신위성’의 아이디어를 처음 제기했었습니다. 개념상 통신위성은 아니지만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가 발사된 것은 그로 부터 12년 후인 1957년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무진기행’의 작가 김승옥이 1970년 동아일보에 연재했던 소설에서, 2020년에 연료전지로 가는 자율주행자동차를 타고 화상통화를 하는 장면을 묘사했습니다. 50년 후에 벌어질 일들을 부분적으로 정확하게 예고한 셈인데, 그 당시 보편화된 과학적 상식들이 상상력의 기반이 되었음은 물론입니다.  

 

SF작가들이나 미래학자들의 상상력과 예언들은 이제 단편적인 사건이나 부분적 삶의 방식들에서 벗어나 인류의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차원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작가, 발명가, 미래학자로 유명한 레이 커즈와일(1948~)은 2030년쯤 ‘나노봇(Nanobots)’이 인간의 뇌에 이식되고 이를 통해 인간의 뇌는 클라우드에 연결되며, 2045년 인공지능이 생물학적인 진화를 추월하는 순간(특이점)이 온다고 예고했습니다. 

 

스티븐 호킹은 사람의 뇌를 컴퓨터에 복사하는 게 가능해 질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는데, 커즈와일은 그 시기를 2045년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아울러 그는 어떻게든 97세까지(2045년) 살아남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는데 2045년이 되면 인체의 모든 장기가 재생이 가능함은 물론 뇌를 업로드한 가상육체에 의한 ‘영생’이 가능하다는 확신 때문이라고 합니다. (나무위키에 의하면 그는 97세까지 살아남고자 연간 11억원 상당의 영양제를 복용한다고 합니다)

 

물리학자, 미래학자인 미치오 카쿠(1947~)는 ‘인류의 미래’ 등의 저서에서 복잡한 물리학과 우주과학의 세계를 가장 대중적 언어로 설명한 사람입니다. 그는 지구의 종말이 필연적이라고 보고, 지구를 탈출해 우주에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방안 중의 하나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난 ‘로봇’을 활용하되, 그 로봇에 인간의 뇌를 전송하는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자기복제가 가능한 로봇을 태양계 밖의 적절한 행성으로 보내 식민지를 건설하게 하고, 우리는 그 로봇으로 우리의 ‘의식’을 전송하면 된다는 것이니, 지구탈출에 수반되는 시공간의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방식으로 제법 그럴듯한 착상입니다. 

 

미국의 미래학자 자크 프레스코는 자본주의 경제의 상징이라 할 화폐를 없애고, 모든 자원을 컴퓨터 시스템으로 공평하게 분배하는 사회를 꿈꿨습니다. 지구촌의 모든 주권국가들이 깨끗한 공기와 물, 경작지, 교육, 보건, 에너지, 식품 등을 ‘인류의 공통유산’으로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AI 컴퓨터 기술이 유토피아적 공동체 사회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낙관했습니다.

 

과학소설가, 미래학자들의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까닭은 몇 달 앞으로 다가온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생각할수록 답답함을 금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잘난 거대정당의 대선후보란 사람들에게서 도대체 대한민국의 미래를 읽을 수도 기대할 수도 없다는 이 슬픈 현실을 어떻게 비껴갈 수 있을까요. 경쟁적으로 자신들의 호주머니가 아닌 나라의 곳간 털어 돈 몇 푼 쥐어 주겠다는 얘기들은 잘하고 있지만, 정작 어떻게 곳간을 채울 것인지, 곳간은 또 어떤 미래가치로 채울 수 있을 지에 대해선 눈꼽 만큼도 관심이 없어 보이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입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이제 그 효용 가치가 소진되었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에서 이미 개별 분야별로 어떤 것은 1~2년이면 천지개벽 수준의 격변이 일어나고, 평균적으로 과거 10년간의 변화량은 이제 시간상 거의 10분의 1쯤으로 축소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무서운 것은 그 변화의 주기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대통령 임기가 5년 단임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통령 임기 중 장기적 국가과제를 수행하기 어렵다고들 합니다. 최소한 강산이 변할 수 있는 10년은 되어야 중장기적 미래를 설계하고 실현해볼 수 있다는 얘기인데, 미안하지만 이제는 1~2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 그런 얘기들은 다 틀린 소리입니다. 5년 임기의 대한민국 대통령은 임기중 ‘천지개벽’에 준하는 변화를 의무적으로 예감하고 통찰해야 할 것이며, 당연히 그에 준하는 ‘미래 구상’을 확고하게 준비할 수 있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 벌어지는 대선주자들의 경쟁 양상을 보고 있노라면, 한심하고 따분하고 지겹습니다. 심지어 부아가 치밀어 올라오게 됩니다. 대한민국 대선판을 두고 이러쿵 저러쿵 어떤 얘기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렇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앞으로 몇 가지는 꼭 짚고 싶습니다. 격변하는 대한민국 주변 정세와 어지럽게 변화되는 기술환경, 지구촌을 옥죄는 바이러스의 향연들......그리고 구리모토 신이치로(栗本慎一郎)류의 특정 세대 중심 ’신인류‘가 보다 보편적인 Neosapience로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2022년부터 2027년까지 대한민국의 좌표는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고민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재명, 윤석열 등 차기 지도자 당선 가능성이 높은 주자들의 척박한 ‘미래설계능력’에 대해선 다음 기회에 자세히 따져보겠습니다만, 우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얘기를 잠깐 짚어보겠습니다. 

 

안 후보는 이재명, 윤석열 두 주자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무지를 공격하면서, 나름 5-5-5 공약을 내놓았습니다. 현시점에서 당선 가능성도 희박한 후보의 공약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할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안 후보가 나름의 ‘미래 구상’을 밝혔다는 점은 평가를 해주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5가지 분야에서 월등한 기술력을 집중 육성하고 그를 기반으로 대한민국을 G5 반열에 올라서게 한다는 구상만큼은 깜찍하다 할 것입니다. 

 

그러나 안 후보가 방법론으로 제시한 2조원 규모 기술펀드 조성방안은, 미국이 지난해 AI 등 신기술 지원을 위한 추가 예산으로만 110조원을 편성했다는 점에 비춰 과연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라는 생각입니다. 양자컴퓨팅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투자 경쟁을 봐도 과연 우리가 저 정도의 수준으로 ‘기술 주권’을 조금이나마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선두주자들과의 차별화를 ‘과학기술’에서 찾은 것은 나름 의미가 있지만 현재 그의 당선 가능성만큼이나 내놓은 대안도 내용적으론 짙은 안개 속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오늘도 이재명, 윤석열 후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전들은 한심하게도 대한민국의 미래와는 전혀 동떨어진 ‘그들만의 리그’에 머물러 한 걸음도 전진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왜 대한민국 국민들이 검찰 수사와 특검에 미래를 저당잡혀야 하는 것인지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이재명 후보가 ’매타버스‘라는 구호를 내세웠다기에 기대를 갖고 살펴봤더니, 참으로 허망하고 어이 상실입니다. 불과 20~30년 후면 뇌기능을 복제해 여러 개의 다양한 몸체에 장착한 새로운 인류가 출현하고, 메타버스에 수백 수천 개의 ‘주권국가’들이 수립되며 한 인격체가 분신술을 구사하듯 다중인격으로 다국적시민으로 살 수 있는 세계가 코앞에 닥친 마당에, 메타버스가 고작 ‘매주 타는 버스’라고???

 

윤석열 후보 역시 미래와는 전혀 거리가 있는 퇴물정치인의 영입 여부를 놓고 벌써부터 권력의 떡고물 경쟁을 하는 듯한 모습이니, 그나마 ’매타버스‘라는 말이라도 만들어 쓸 줄 아는 후보가 더 낫다고 자조해야 하는 것인지......

 

이런 수준의 주자들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겨야만 하는, 이미 선택의 폭이 박탈된 대한민국 국민들의 신세를 얼마나 더 한탄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2022년의 대한민국에서 “the lesser of two evils”가 우리에게 허락된 최후의 선택지일까요?

 

대선국면은 사실 온 국민이 새로운 나라, 새로운 삶의 변화에 대해 꿈을 꾸는 축제의 기간이 되어야 옳습니다. 비록 그것이 호접몽(胡蝶夢)에 그친다 하더라도, 이미 싹수가 노랗다 하더라도 대선 켐페인 기간만큼은 우리 국민들이 보랏빛 미래와 희망을 꿈꿀 수 있기를 간절히 그리고 악착같이 소망해보는 오늘입니다. 

 

박종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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