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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선, ‘야권단일화’ 가능할까?"

‘단일화 민심’과 충돌하는 김종인-안철수의 아집

박종완 기자 | 기사입력 2021/01/13 [07:45]

"서울시장 보선, ‘야권단일화’ 가능할까?"

‘단일화 민심’과 충돌하는 김종인-안철수의 아집

박종완 기자 | 입력 : 2021/01/13 [07:45]
강길모 미디어이슈 고문


신축년 새해 벽두부터 우리에게 가슴 뻥 뚫리는 ‘좋은 뉴스’는 별로 보이지 않는 듯합니다. 코로나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고, 자영업자들의 한숨과 피눈물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잘 나가는 나라들은 벌써부터 ‘코로나 백신’을 경쟁적으로 시작하고 있는데, 우리 대한민국은 여름 지나 가을이 돼야 일반인들에게 ‘백신’의 혜택이 현실화될 듯합니다.

 

코로나 얘기는 해봤자 짜증 수위만 높아갈 테니, 오늘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얘기나 좀 해볼까 합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도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서울에 정치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고, 차기 대선과의 연관성 등 그 정치적 의미도 심상치 않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탄핵’ 이후, 지리멸렬하던 보수야당이 어느 덧 부산에서는 여당 지지율을 압도하고 있고, 서울에서도 엎치락뒤치락 할 정도로 여당과 호각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다수의 여론조사들이 서울에서 여당후보보다 야당후보 지지세가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하늘 높이 치솟던 집권여당의 기세를 감안하면, 서울시장 보선을 둘러싼 정치지형의 변화는 참 놀라운 수준이라 할 것입니다. 현 여권 우위의 정치지형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며,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분석을 바탕으로 여권이 10년 20년 장기집권을 꿈꾸던 시절이 불과 얼마 전이었던 것을 돌이켜보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당과 제1야당간 양자대결구도에서도 여권 측이 선거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출마선언하자마자 여론조사 1위 후보로 부각되고, 제1야당과의 후보단일화까지 거론되면서 여권으로선 서울시장 보선이 더욱 어려운 처지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여권에서는 ‘후보단일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내심 3자구도 선거를 바라고 있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국민의힘도 안철수대표도 ‘후보단일화’에 대한 ‘반여 성향’ 유권자들의 강력한 요구를 가볍게 대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결국 서울시장 보선은 국민의힘과 안철수대표가 ‘후보단일화’를 이뤄낼 것이냐 여부가 선거결과를 좌우할 핵심변수로 주목되고 있고, 양자가 원칙적으로 후보단일화 필요성에 긍정적 입장인 가운데, 단일화 방식에 대한 논란으로 쟁점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치사에서 선거구도를 바꾸는 ‘단일화’의 가장 성공적 사례는 1997년 대선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야당의 이회창후보가 압도적 지지율로 이미 대선에서 이긴 것처럼 행세하던 시기에, 여당후보가 된 노무현은 불리할 것이란 관측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정몽준과의 여론조사 단일화를 성사시켰고, 끝내 승리를 거머쥐게 됩니다.

 

단일화 실패의 대표적 사례는 1987년 대선에서 ‘YS-DJ 단일화 무산’으로 불과 36%의 지지율로 노태우씨가 대통령에 당선된 사례가 꼽혀집니다. 당시 DJ진영에서 이른바 ‘4자필승론’을 내세우며 단일화를 무산시켰지만, 결과는 3등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후보단일화는 오로지 선거승리에 매몰된 ‘야합’으로 비판받기도 하고, 사실상 선거 민의를 왜곡시킨다는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선호투표제’ 도입 등 제도적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선거구도 변화를 통해 승리를 노리는 ‘후보단일화’는 대단히 강력한 선거공작기술임에 분명합니다.

 

현 여당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대표의 ‘단일화’에 대응해, 대중적 선호도에서 야권 후보들을 압도할 수 있는 회심의 카드를 내밀지 못하는 한, ‘야권후보 단일화’에 따른 사실상의 양자대결로는 아무리 조직력이 중요한 보선이라고 해도 이기기가 어렵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서울시장 보선에서 과연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대표의 후보단일화는 가능할까요?

 

우선 양자의 단일화 방식으로는,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거나 국민의당과 국민의힘이 합당하는 방식, 그리고 국민의힘 후보가 선출된 이후 제3지대에서 안대표와의 최종후보 단일화를 시도하는 방식으로 대별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쪽에서는 안대표의 입당이나 합당 방식을 선호하는 반면, 안대표는 국민의힘 후보선출 이후 제3지대에서의 단일화를 선호하는 듯합니다. 서로 자기들이 유리한 곳에서 싸우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겠지요.

 

정치평론가들은 안대표가 국민의힘 간판을 내걸고 나갈 경우 ‘확장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 후보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하고 싶다면 선거 직전 제3지대에서 이뤄지는 후보단일화가 훨씬 위력적일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의도와 관계없이 내용적으론 ‘안철수 단일화’ 논리를 응원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번 보선에서 여당이 지기를 바라는 유권자들은 경쟁력이 우월한 야권 후보로 단일화 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며, 최소한 후보가 누가되든 무조건 단일화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야권지지 성향 유권자들의 이런 ‘민의’가 단일화 추진의 최대 동력입니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이러한 ‘민의’가 강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야권지지 민심의 압력이 단일화의 동력이라면, 단일화를 무산시킬 ‘지뢰’들도 도처에 널려있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최대 장애물을 꼽으라면, 역설적으로 단일화를 가장 먼저 외치고 있는 안철수 대표입니다. 안철수 대표가 말하는 후보단일화는 적절한 합의와 절차를 통해 결정될 미래의 단일후보론이 아니라, 그저 ‘안철수 추대론’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천만 서울시민의 여망인 야권후보 단일화에 훼방꾼으로 전락했습니다. 여기에 김문수 후보는 야권단일화 민심에 응하지 않고......안철수 찍으면 안철수 됩니다”

 

이는 불과 2년여 전,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김문수에 이어 3위를 했던 안철수 후보의 선거직전 마지막 기자회견 내용입니다. 위의 홍준표 대표를 김종인 비대위원장으로 바꿔서 대입하면, 단일화가 무산될 경우 이번 서울시장 보선 직전의 마지막 회견내용으로 반복될 수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자신 이외의 단일화를 인정하지 않고 시작하는 안철수 대표의 명쾌한(?) 자세야말로 단일화 성사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단일화 성사의 두 번째 걸림돌은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향후 선출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입니다. 국민의힘은 의석수 100석이 넘는 명색이 제1야당이고, 이유가 무엇이든 최근 정당지지율에서 여당을 추월해 앞서 나가기도 합니다. 제1야당이 당당하게 자신들의 후보를 내놓지 못하는 것도 자존심 상할진대, 출발점부터 ‘안철수 추대론’에 복종하라는 것을 결코 받아들일 이유가 없습니다.

 

과거 DJ의 ‘4자 필승론’이 김종인 위원장의 ‘3자 필승론’으로 부활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매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불과 5년 전인 2016년 초, 총선을 앞두고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김종인 대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야권후보단일화를 위한 ‘통합’을 제의했지만, 서로 감정만 상한 채 등을 돌린 바 있었고, 그 때의 앙금도 제법 남아있어 보입니다.

 

단일화 성사의 세 번째 걸림돌은, 여론조사 지지율 추이입니다. 지금은 안철수 대표가 가장 경쟁력 있는 것으로 나오고 있지만, 국민의힘 후보 경선과정을 거치면서 양쪽 후보의 지지율이 좁혀진다면 단일화는 거의 물 건너 갈 수 있습니다.

 

3자 대결에서 여권후보가 부진하다든가, 여권후보와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대표가 모두 이기는 것으로 나오든가 해도 단일화는 성사되기 어렵게 될 것입니다. 안철수 대표가 양보하는 형식의 단일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고정변수라는 말씀입니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초 참담한 지지율을 보였던 김문수 자유한국당후보가 실제 득표에서는 안철수후보를 3위로 밀어냈던 ‘거대정당 득표력’의 경험도 ‘안철수 단일후보’ 추진의 장애물로 작용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서울보선에서 야권후보가 이기기를 바라는 쪽 민심의 ‘단일화 구심력’이 과연 즐비한 걸림돌을 이겨내고 후보단일화를 성사시킬 수 있을지, 현재로선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그만큼이나 무산될 가능성도 만만치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불과 하루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우리의 정치현실에서, 두세 달 뒤의 일을 어떻게 예상할 수 있겠습니까만, 코로나 위기에서 민초들이 얼마나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지를 우선한다면, 서울시장 보선은 ‘너죽고 나살자’식의 ‘정치선거’보다 ‘민생일꾼선거’가 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자치단체장인 서울시장을 뽑는 보선이 ‘극단의 정치선거’라고 해도, 후보단일화라는 정치공학적 접근이 판세를 좌우하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닙니다.

 

공자님 말씀처럼 들리겠지만, 대한민국의 오늘과 현재에 대한 진단과 미래 비전을 중심으로 후보들간 당당한 경쟁이 이뤄지기를 희망해봅니다. 특히 국민의힘과 안철수대표가 ‘후보단일화’를 추진하겠다면, 그 결합의 명분과 정책적 합의내용부터 선명하게 제시함으로써, 서울시민들의 소중한 선거민의가 굴절되는 일이 최소화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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